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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벌금 1000만원...오규석 군수 판결이 '남긴 것'글=김항룡 기자/편집국장
김항룡 기자 | 승인2019.03.08 19:22 | 조회수 : 1785
김항룡 기자/편집국장

지난달 2월 20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2015년 5급 승진인사와 관련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오규석 기장군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당초 검찰은 오 군수에 징역1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금고 이하의 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이같은 판결이 나오면서 오규석 군수는 일단 군수직을 유지하게 됐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시사하는 점이 매우 크다. 정관타임스가 오규석 군수에 대한 1심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판결문에는 현 기장군 행정의 여러 오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법원의 판결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술돼 있다.

"직업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으므로 그 불법성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인사위원회의 심의는 매우 형식적으로, 개별 승진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승진후보자들의 자질이나 직무수행능력, 결격 내지 부적격 사유 등에 관한 실질적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승진에서 탈락한 선순위자들에게 어떠한 승진 결격 내지 부적격 사유가 있는지, 승진자로 추천된 후순위자들이 어떠한 이유로 승진자로서 더 적합한 사정이 있는지 알 수 있을 만한 자료도 제공되지 않았다", "승진자를 단독으로 결정한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국민의 녹(祿)을 먹는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준법 즉 법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15년 기장군의 인사에서 만큼은 법이 준수되지 못했으며 해당 인사가 공정하다고 할만한 근거도 부족했다.

인사위원회 제도는 인사운영의 공정성과 객관성,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방공무원법상 인사위원회제도는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방공무원이 행정여건의 변화에 동요되지 않고 신분상 안정감을 갖고 근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능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즉 정실인사, 보복성 인사 등 인사권 남용을 방지해 인사의 공정성을 높이고, 신분보장 등 직업공무원제도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 인사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어야 공무원들이 원칙과 소신대로 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공무원들이 그렇게 일을 할 때 주민을 위한 진정한 공조직이 될 수 있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일게다.

그러나 기장군의 경우엔 '균형의 추', '견제의 추'가 힘 없이 무너졌다.
 
군수 한 사람이 인사를 좌지우지 했다. 인사위원들은 정해진 시나리오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데 대부분 머물렀다. "건성으로 보고 넘어가기 때문에 기억이 안난다", "외부 위원들은 대상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음으로 군에서 추천하는 사람들을 그대로 의결할 수밖에 없는 실정" 등의 진술에서는 위원으로서 과연 책임있게 임했는지, '각종 위원회의 기능이 원활히 되고 있는지' 의문마저 갖게 한다.

'공정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갈망이 큰 요즘, 내가 사는 고장 기장군은 과연 공정사회인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인사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그 폐해는 여러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무원으로 한 평생 일하며 승진을 꿈꿨을 승진탈락자는 '자신이 왜 승진에서 탈락했는지' 이유도 모른체 아파하거나 낙담했을 것이다.

'공정하지 못한 인사'를 지켜본 공무원들은 원칙과 소신, 준법보다는 인사권자에게 잘보이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을 수도 있다. 공조직이 그렇게 되면 그 피해는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까? 다름 아닌 주민이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반드시 기장군에 '약'이 되어야 한다. 무너진 원칙을 바로 세우고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를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또 주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은 '위법한 명령'을 거부해야 한다는 사명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공정사회를 위해 공무원은 마지막 보루나 다름이 없다.

마지막으로 오규석 군수의 입장과 법원의 양형이유도 잘 곱씹어봐야 한다. 법원은 이번 판결 양형이유에 대해 이런 설명을 남겼다.

법원은 양형이유에서 '위법한 것이라는 인식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행동이 개인적인 이익 또는 대가를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볼만한 정황이 없는 점', '관행처럼 행해진 인사위원회에 대한 의견제시조차 위법한 것일 수 있다는 선례가 없는점' 등을 이유로 검찰 구형보다 낮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따라서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판결결과를 이용해 '막무가내' 비난하기보다 법이 지켜지는 제대로된 군정이 될 수 있도록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고 방지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불행하게도 기장주민의 대다수 선택으로 뽑힌 군수는 1심 재판에서 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인사와 관련 기장군 행정의 문제점도 표출됐다. 단정할 수 없지만 더 많은 문제를 앓고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갖게 된다.  

지금 이 순간, 기장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잘못된 것을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있을까? 2019년 3월 '그 무거운 짐' 앞에 모두가 서 있다. 


김항룡 기자  jgtim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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