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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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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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고시각 2019.08.1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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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항룡 정관타임스 편집국장
김항룡 편집국장.

기장군의회 일부 의원과 기장군 집행부 수장인 오규석 군수와의 갈등이 '도'를 넘고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차분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토론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하려고 하기보다, 비난과 무시, 강요를 반복하며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8월 14일 있었던 기장군의회 임시회에서는 "사과하십시요"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장군의회 A의원이 지난 2월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판결과 관련, 기장군인사위원회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오규석 군수가 "법과 원칙에 따라 모든 행정을 집행하고 있다"고 답하자, A의원은 "군수님은 법과 원칙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맞받았다.

그러자 오 군수는 "왜 없습니까"라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고, 오후 3시 30분까지 "사과하십시요"를 반복하며 A의원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임시회는 사실상 파행됐다.

'현 기장군 인사위원회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라는 핵심은 '갑작스런 법과 원칙 자격 시비'에 완전히 묻혀버렸다.

앞으로 돌아가 보면 A의원은 오 군수에게 "기장군에서 위원회의 위원을 변경하는 원칙이라든지 그런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시고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위원회의 위원을 어떤 사유로 변경하는지, 예를 들어 어떤 결격사유를 들 수 있는지 그 부분 답변 부탁드립니다"고 요구했다.

지난 2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2015년 기장군의 5급 승진 인사와 관련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오규석 군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고 이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당시 인사위원회에 참여했던 일부 위원들의 발언은 법원 판결문을 통해 전해졌는데, "건성으로 보고 넘어가기 때문에 기억이 안난다", "외부 위원들은 대상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으므로 군에서 추천하는 사람들을 그대로 의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등의 발언이 알려지며 거수기 논란을 빚기도 했다. A의원은 아마도 이런 인사위원을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오 군수는 "참 이 질문도 황당한데 그건 부서에 물어보셔야죠. 의원님 공부 좀 안 하십니까. 그건 부서에서 판단할 사안이지. 의원님 공부 좀 안하시네요. 공부 좀"이라고 A의원을 자극했다.

해당 질문이 왜 황당한 질문인지, 부서에만 물어보고 군수에게는 질문하지 않아야 할 사안인지 등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의 설전은 이미 '선'을 넘은 것처럼 보였다.  

어떤 갈등, 어떤 불신이 존재하는지는 알기 힘들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한 사람은 군정의 책임자고 또 한 사람은 주민을 대표하는 의원이라는 점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눈살 찌푸리는 장면'은 반복될 수 있다.

상대를 미워하면 상대의 얘기도 들리지 않기 마련이다. 부적절한 발언 등을 문제 삼아 서로를 비난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혹 있을 수 있는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고 토론하는 것이 진정으로 기장군민을 위하는 길이다.

"사과하십시요" 설전(?)을 지켜보면서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16만 5000명 기장군민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 이뤄지는 그 현장에 <정관타임스>는 있지 못했다.

어떤 것이 잘못이고 바뀌어야 하는지 제대로 이야기하지도 못하고 있다. 진정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정관타임스>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지역민 그리고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역할을 얼마만큼 해나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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