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리원전 내 고준위 임시방폐장 증설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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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리원전 내 고준위 임시방폐장 증설 신중해야...
  • 정관타임스Live
  • 승인 2023.01.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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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 동의대 철학윤리문화학과 교수
-전, 더불어민주당 기장군지역위원장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폐지하고 원전 최강국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그후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고 녹색분류체계인 K-택소노미에 포함시켰다. 원전최강국이자 원전 최대수출국이 되고자하는 목표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원전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기후 위기와 안전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어떤 이는 원전이 답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답이 아니라며 대립한다. 하지만 양쪽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어쩌면 획기적인 탄소중립이 필요한 기후위기시대 원전만큼 생산적인 면에서만 놓고보면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핵폐기물이다. 안전성 논란은 차치하고서도 원전 가동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이 문제인 것이다. 방사성폐기물은 크게 오염도를 기준으로 중저준위 쓰레기와 고준위 쓰레기로 분류된다. 중저준위 쓰레기는 작업 중에 사용된 의복이나 장갑 등이 대표적이고 고준위 쓰레기로는 사용 후 핵 연료인 폐연료봉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인체와 환경에 치명적인 이 핵폐기물을 버리거나 보관할 곳이 마땅찮다. 아니 없는 실정이다. 

특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장은 90년대부터 줄곧 입지 선정을 시도했으나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전 지구적으로 아직 영구처분장을 마련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무작정 원전 부지 내에 임시로 쌓여만 가는 핵폐기물의 영구 처리에 답을 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은 이 문제에 대해 말하길 꺼린다. 한국 원전이 가동된 지 40년이 흘렀지만 진척 없는 빨간불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K-택소노미 지침서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운영 시점을 명시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EU는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 가동을 명시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고준위 처분시설의 조속한 확보를 담보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만 담긴 것이다. 현재 정부 계획은 방폐장 부지 선정 후 37년 내 확보이다. 올해 부지가 선정되더라도 2060년에야 처분장이 마련되는 셈이다. 그런데 2031년 정도면 원전 부지 내에 보관하고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이 포화상태에 달한다. 근본적으로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날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장 입지 선정 문제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회 갈등을 초래했다. 폐기물을 10만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특성 때문이다. 정부는 1980년대부터 국내에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려 했으나 8차 시도까지 모두 실패했다. 결국 고준위를 제외하고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를 먼저 선정하기로 하고 2005년 신청 지자체를 대상으로한 주민투표 끝에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을 확정했다. 원전 전문가들은 중저준위 방폐장 문제로도 국가적 홍역을 치렀던 만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장기적인 세부계획과 실행 계획을 담은 법률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전에 대한 논란 현재진행형
문제는 핵폐기물...고준위 영구처분장 입지선정 시도 한 차례도 성공 못해
정부의 K-텍소노미 지침서에 고준이 처분장 운영시점 명시 안해 논란
고리 1호기 포화상태, 2호기 93.6%, 3호기 95.7%, 4호기 93.7% 사용후핵연료 쌓여 
고준위 방폐장 확보 더이상 미뤄선 안돼
충분한 보상과 안전대책 마련, 주민 동의 구해야

현재 골치 아픈 사용후핵연료 등과 같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곧 포화상태에 이른다. 갈 데가 없어 원전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이지만 고리의 경우 1호기에는 이미 꽉 찼고 2호기에 93.6%, 3호기에 95.7%, 4호기에 93.7%의 사용후핵연료가 쌓여 있다. 다른 지역의 원전도 비슷한 실정이다. 어차피 갈 데도 없고 하니 그냥 원자력발전소에 추가로 임시저장시설을 만들어 계속 보관하자는 속셈도 살짝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고리원전 부지 내 핵폐기물 저장시설 설치’를 위한 설계 발주에 착수키로 했다는 소식은 매우 우려스럽다. 원전 내에 추가로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 보관 저장시설을 증설하겠다는 계획은 고리원전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윤석열 대통령에 보고한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에 한시 저장시설 설치를 위한 설계 발주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법안이 마련되기도 전에 속전속결로 처리하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 설치’를 명문화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한수원은 ‘고리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의 이사회 의결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고준위 특별법’의 본회의 의결을 각각 추진 중이다. 이 셋 중 하나라도 통과되면 원전에 고준위방폐물을 저장하게 된다.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되기도 전에 정부가 서둘러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진행하려는 의도는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들끓기 전에 골치 아픈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처리하겠다는 속셈으로 보여진다. 

골치 아픈 사용후핵연료 등과 같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곧 포화상태에 이른다. 갈 데가 없어 원전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이지만 고리1호기에는 이미 꽉 찼고 2호기와 3호기, 4호기에도 폐연료봉이 가득 차 있는 실정이다. 어차피 갈 데도 없고 하니 그냥 원자력발전소에 추가로 임시저장시설을 만들어 보관하자는 속셈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렇게 쌓이면 갈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원전에 사용후핵연료가 많으니 영구처리시설을 원전에 짓자고 할 것은 자명하다. 이렇게 되면 원전이 있는 기장군과 고리 지역 주민들은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꼴이 된다.

원전을 통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선 고준위 방폐장 확보를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원자력발전의 위상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미국, 유럽 등 다른 선진국처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해법으로 원전을 선택한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원전 확대를 위한 선결 과제인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는 결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폐물 처리를 위한 기술과 시설을 확보하지 않고선 지속적인 원전 운용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필요하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공식적인 방법을 통해 부지 선정 절차를 밟아 이를 추진해야 한다.
지역 주민을 설득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정부의 몫이다. 충분한 보상과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방법으로 끊임없이 대상지역 주민과 대화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어 숙의하는 과정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형식적인 주민수용성 절차가 아닌 폭넓은 참여와 의사 반영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 주민이 노우하면 못하는 것이고 오케이 할 때까지 설득해야 한다. 고된 작업이 되겠지만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이번 산업부의 행태는 이런 골치 아픈 작업은 하지 않고 쉽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꼼수로 보인다. 정부는 더이상 고리 원전 인근의 지역주민들과 기장군민을 농락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기장군민은 40여 년 동안이나 원전 인근의 주거 불이익과 불안과 피해를 감수하며 정부의 정책을 묵묵히 따르며 살아왔다. 이제 더 이상의 불이익과 피해를 강요할 수는 없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 슬쩍 넘어가며 문제를 회피하려하지 말고 조속히 고준위 방폐장 설치를 위한 선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원전산업을 육성하고 에너지 자립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코자하는 정부라고 한다면 고준위 방사성폐기장 건설 같은 예민한 문제일수록 더욱 투명하고 당당하게 공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핵폐기장 없는 원전은 화장실 없는 집이나 같다. 언제까지 '우선 먹기 좋은 곶감'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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