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멸종위기 '고리도룡뇽' 서식지에 산업폐기물 매립장 왠말인가?
상태바
[특별기고] 멸종위기 '고리도룡뇽' 서식지에 산업폐기물 매립장 왠말인가?
  • 정관타임스Live
  • 송고시각 2021.06.14 10:04
  • 댓글 0
  • 유튜브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조용우(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전 민주당 기장군지역위원장)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부산광역시 기장군에는 다섯 개의 읍면이 있다. 그중 하나인  장안읍은 기장군의 북동부에 위치한 읍으로 북동쪽으로 울산 울주군 서생면, 북쪽으로 울주군 온양읍과 양산시 웅상읍, 서쪽으로 정관읍, 남쪽으로 일광면에 접하고, 남동쪽으로는 동해에 면한다. 장안읍은 길천리에서 효암리까지 14개의 마을(里)로 나뉘어져 있는데 게중 단연코 유명한 마을이 바로 고리(古里)이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다의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면서 그 이름도 원전과 함께 유명해졌다.

고리는 남쪽, 서쪽, 동쪽이 바다로 둘러쌓인 반도부로 파도가 세다. 동쪽 바다에는 효암 방파제가 있으며 자연마을로는 아이포(화포), 핵광마을이 있다. 아이포라는 이름은 아이개로서 작은 개라는 뜻인데 이것을 차훈 표기하여 아이포가 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봉화대가 생기면서 '화포(火浦)'라고 부르기도 했다는데 이때부터 이미 불을 다루는 봉화대와 지명 속에 불(火)이 있었으니 이곳에 꺼지지 않는 용광로 원전이 건설된 것도 우연은 아닌 듯 싶다. 

고리하면 원자력발전소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세계적인 명칭이지만 이 고리가 원전 아닌 다른 것으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바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자 세계 희귀종인 ‘고리도롱뇽’이 서식하는 서식지라는 사실 말이다. 국가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범주로 평가되는 ‘고리도룡뇽’은 이곳 원전이 건설된 기장군 고리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어 경상남도 일부지역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으로서 개발로 인한 서식지 훼손 및 환경파괴로 가까운 장래에 멸종할 가능성이 큰 종으로 보호되고 있는 생물이다. 얼마전 양산 LH 사송지구에서 공사도중 고리도롱뇽이 발견되어, 서식지 보전과 부지 내 서식환경 안정화를 위해 환경부에서 공사중지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런데 원전 건설로 인해 가뜩이나 서식 환경이 열악해진  고리도룡뇽의 서식지에 또 다시 대규모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경악과 우려를 금치 못한다. 바로 고리 인근 장안읍 명례리에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조성하겠다는 부산시의 계획 때문이다. 부산시는 지난 6월 3일 6만평 규모의 산업폐기물 매립장 설립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민간 사업자로부터 접수받았다고 밝혔다. 기장군 장안읍 명례리 산 71-1번지 일원 보존녹지지역에 산업폐기물을 매립할 수 있는 매립장을 설치하기 위해 사업자가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공문을 접수한 기장군과 사업추진사실을 알게 된 지역사회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건설 강력 반대에 나섰다. 기장군의 입장이 6월 16일까지 전달되면 부산시는 관련부서의 의견을 취합해 '적정' 또는 '부적정'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상식에 입각한다면 당연히 '부적정' 결정이 나야겠지만 청정자연지역에 산폐물 매립장 사업계획 자체가 상식 밖의 일이라 최종 결정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고리도룡뇽 서식지에
산업폐기물 처리장 조성 경악 금치 못해
상식 밖의 일...부산시 최종결정까지 마음 놓을 수 없어
도룡뇽 서식지에 대한 실태조사와 보전대책 마련해야

그런데 어떻게 멸종위기 생물종인 고리도룡뇽이 서식하는 천혜의 자연환경 보존지역에 폐기물 매립장 설치를 추진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정말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장군에 따르면 몇 해 전 부산연구원에서 실시한 제2차 자연환경조사 보고서에 사업예정지가 포함된 해안산지 권역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고리도롱뇽’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기장 장안읍 주민들도 실제 이 지역에서 ‘고리도롱뇽’을 촬영한 사진을 제시하며 이곳이 고리도룡농 서식지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실제 이 지역 일원은 산림지대 계곡 및 습지가 조성된 지역특성상 고리도롱뇽과 같은 양서·파충류의 집단서식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해당사업지 인근에는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그곳에는 지역민의 역사문화적 자긍심인 천년고찰 장안사가 자리잡고 있다. 또한 인근 장안사 계곡은 청정 환경에서만 산다는 반딧불이 서식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뿐만 아니라 장안의 맑고 푸른 자연과 연계하여 인근에 치유의 숲 조성도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멸종위기종인 고리도롱뇽과 반딧불이가 살고 또 서식지 복원을 위해 주민들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전녹지로 지정된 토지의 용도까지 바꿔가며 6만 평 규모의 산폐장을 짓겠다는 사업계획서가 어떻게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 민간 개발업자에 대한 특혜 의혹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2004년 참여정부시절 KTX 건설을 위한 천성산터널공사로 도롱뇽 집단 서식지의 파괴가 우려된다며 지율스님이 단식투쟁과 공사중지가처분소송을 제기하여 전국이 도룡뇽 소용돌이에 휘말린 적이 있었다.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천성산 도룡뇽을 지킨다며 경부고속철도 터널 굴착을 반대해 단식을 하던 지율스님을 직접 찾아간 바가 있다. 정부와 부산시는 이번 장안읍 도룡뇽 서식지의 경우도 그 정도까지의 관심이나 노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분노한 지역주민의 목소리는 경청해야 한다. 가뜩이나 정관 의폐기물소각장의 증설 움직임, 기룡미니복합타운의 무산 등등 '기장군이 부산시의 봉이냐'며 기장군민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지금이라도 즉각 부산시와 환경부는 도룡뇽 서식지에 대한 실태조사와 보전 대책을 즉각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멸종위기생물 및 서식환경 보호를 위해 해당지역이 반드시 보전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제 조건으로 장안읍 명례리에 추진하고 있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설치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