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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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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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1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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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선철
-기장군 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교수
박선철 기장군 정신건강복지센터장

'바이러스는 정말 미워.' 다섯 살인 제 딸아이가 꼬박 2주를 집에서만 지내더니, 결국은 외친 한 마디입니다. 아마도 엄마가 어린이집을 가지 못하는 이유가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어서라고 설명해주었나 봅니다. 딸아이가 평소에는 수줍음이 많아서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했는데 이제는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합니다. 어느덧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 일상에서 주용한 부분이 되어버렸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익숙해지기는 어려운 듯합니다. 아마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괴로운 것은 '불안'과 '고립' 때문일 것입니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확진자의 숫자에 우리는 이내 압도되어 버리고 낯선 이들에 대한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 와중에 평소 의지가 되어 주었던 이들마저 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대구 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노고를 다하시는 의사 선생님들, 간호사 선생님들, 그리고 여러 의료진 선생님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어벤져스의 아이언맨이라고 한들 이분들보다 더 훌륭하고 멋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혹시라도 이 글을 통해 제 감사의 마음이 그분들에게 전해진다면 더 큰 바램이 없겠습니다.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제 때에 생필품이나 음식을 전해주는 택배 기사님이나 퀵서비스 기사님에게 눈물이 날 만큼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은 비록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반찬가게 사장님, 슈퍼마켓 사장님, 세탁소 사장님이 마스크를 쓴 와중에도 밝은 표정으로 우리를 맞아주는 모습에서 진정한 직업인의 자세를 깨닫게 됩니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소중하지만 그 존재를 당연히 여겨왔던 '서로'의 가치와 고마움을 깨닫게 되는 듯합니다. 언젠가,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마스크를 벗고 우리의 고마운 분들에게 밝은 얼굴로 감사를 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언제고, 고민하지 않고 서로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꿔봅니다. 온 가족이 버스나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고, 일요일이면 교회를 가고, 주말이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프로야구 개막전 만원관중의 뜨거운 열기를 함께 하는 것처럼 이제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상황이 되어버린 것들이 다시 우리 곁의 일상이 되는 그런 날들을 상상해봅니다. 

하지만, 그 날을 재촉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제고 그 날은 꼭 올 테니, 지금은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제 딸의 말대로 바이러스는 정말 미워서, 우리의 기대를 쉽게 져버리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오히려, 우리가 서로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순간 바이러스는 더욱 유행하고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함께 한다는 것은 꼭 물리적인 시공간을 공유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피곤과 두려움에 서서히 잠식되어가는 이 순간, 누군가가 그립다면 지금 바로 전화기를 들어 그 마음을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것이 '정말 미운 바이러스'를 우리가 함께 이겨낼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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