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이 만난 사람] 호남향우 이야기
상태바
[편집국장이 만난 사람] 호남향우 이야기
  • 김항룡 기자
  • 송고시각 2023.12.05 22:30
  • 댓글 0
  • 유튜브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태선 6대회장과 이한영 15대 회장, 김영수 14대 회장이 인터뷰 직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장일보/김항룡 기자>=‘기회의 땅’ 기장에는 ‘많은 삶’이 있다. 호남향우회 사람들의 삶 속에도 여러 이야기가 있다. <기장일보·정관타임스>는 12월 5일 재부산호남향우회 기장군지회 전현직 회장과 이달 15대 회장으로 취임하는 이한영 총각대게 대표를 만나 호남향우들의 삶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미역·다시마 양식...호남향우들이 도왔어요”
재기장 호남향우들이 기장에 미친 영향 가운데 하나에 대해 이날 만난 호남향우들은 ‘미역 양식’을 꼽았다. 기장이 미역·다시마로 유명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자연산을 수확하는 것에서 나아가 미역·다시마 양식이 자리잡기까지 호남향우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재부산호남향우회 기장군지회 6대 회장을 역임한 오태선 타올할인마트 대표는 “대변 일대 등에 미역·다시마 양식 기술을 전수한 것은 호남향우들이었다”면서 “그때 만해도 미역·다시마 양식 관련 이렇다 할 노하우가 없었다. 미역·다시마 양식이 활성화할 수 있었던 데에는 호남향우들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남향우들이 말하는 호남사람들의 ‘특징’
재부산호남향우회 기장군지회는 지난 1988년 창립했다. 이에 앞서 1988년부터 향우회 활동이 있긴 했지만 기장군이 경남 양산에서 복군되고 재부산호남향우회 기장군지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이 시작된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다.
이날 만난 호남향우들은 당시 호남사람들의 특징을 이렇게 말한다. 
“호남은 농업이 주 산업이었고, 영남(부산)은 공업화가 되면서 일자리가 많아졌습니다. 당시 돈을 더 벌기 위해 호남에서 영남으로 많은 고향사람들이 이주를 했습니다. 대부분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이곳으로 왔는데, 생활력이 강했습니다. 살려는 의지 역시 강했죠. 이런 모습 때문에 일부는 호남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살고 공정한 경쟁을 하고 싶었던 것인데 이를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당시 호남향우들은 자신이 호남사람이라는 걸 일부러 표 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재부산호남향우회 기장군지회가 생기면서 서스름없이 호남사람이라는 것을 내비 출 수 있었는데, 이는 같은 고향사람들끼리 똘똘 뭉치면서 용기를 낼 수 있게 됐다는 것.

함께 밥 먹으며 무르익는 향우들의 우정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7시가 되면 기장에 거주하는 호남향우들이 가는 곳이 있다. 바로 기장읍 교리에 위치한 호남향우회관이다. 이 시간 이곳에서는 구수한 밥 냄새가 회관에 가득매운다. ‘전라도의 손맛’이 가득한 반찬과 국이 호남향우들을 맞는다. 적게는 30여명에서부터 많게는 60여명의 향우들이 매월 모임에 참여하는데, 고향의 음식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 자녀이야기, 사업이야기로 정을 쌓아간다. 
“‘재부산호남향우회 기장군지회’는 제 인생에 너무 소중한 존재입니다. 15년 전 기장에 와서 가게를 열었는데, 오태선 전 회장을 비롯한 호남향우들이 많은 도움을 줬어요. 힘든 시기 호남향우들을 의지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장사에도 도움을 주었습니다.”(이한영 총각대게 대표)
“저도 동의합니다. 대부분 어렵게 살았기에 돕고 돕는 것에 익숙했습니다. 기왕이면 향우가게를 이용하고 서로 도왔어요.”(김영수 제14대 재부산호남향우회 기장군지회장)

2023년 12월 7일 취임하는 이한영 제15대 재부산호남향우회 기장군지회장. 이 지회장은 단결 화합 봉사를 호남향우회 발전방향으로 제시했다. 또 향우 2세 끌어안기와 홍보에도 많은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세월의 변화와 향우들의 고민 이야기
세월이 흐르면서 재부산호남향우회 기장군지회 향우들의 머리엔 어느덧 ‘서리’가 내렸다. 열심히 살아온 덕에 대부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고 저마다 자리도 잡았지만 호남향우들에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향우회가 요즘 과도기를 처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잘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 기장에 왔지만 지금이 상황이 달라진 것 같아요. 동서격차가 줄어들고, 고향에도 다양한 산업이 생기다 보니 예전만큼 영남으로 오지 않아요. 또 단체 생활을 중시했던 풍토에서 개인을 중시하는 풍토로 사회가 변화하면서 모임을 활성화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어떤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향우 2세 끌어안기 그리고 홍보...
호남향우들은 향우회 발전을 위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향우 2세 끌어안기와 홍보 강화’이다. 
본적이 호남인 향우 1세대 중심의 운영은 불가피하지만 부모님이 호남인 향우 2세를 더 많이 끌어안아야 앞으로 향우회가 유지 발전될 수 있다는 것.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풍토가 쉽게 변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요즘 노인들 비유 맞추려는 청년들도 많지 않을거고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향우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했으면 합니다. 특히 지금은 대인관계가 위급한 시대인 것 같아요. 서로의 고충을 들어주고 상부상조할 수 있는 향우회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재부산호남향우회 기장군지회 향우들은 향우 2세가 참여할 수 있도록 회칙을 개정하고, 향우회를 널리 알리는 홍보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호남향우회는 단결력이 좋습니다. 가족 같고 형제 같아요. 단결·화합·봉사를 재부 호남향우회 기장군지회의 발전 방향으로 정했습니다. 향우들의 위상을 높이고, 향우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이한영 제15대 재부산호남향우회 기장군지회장)

맺음...
호남향우 3인과의 이야기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속절없이 지난 세월 그 가운데 일부 이야기였지만 호남 향우들에 삶에서 ‘많은 애환’이 느껴졌다. 전라북도 정읍이 고향으로 전라남도에 가 볼 일이 별로 없었지만 향우의 부친상으로 부산에 와서 전라남도에 문상갔던 이야기 등 이날 만난 호남향우들의 삶엔 호남향우회가 있었다. 애틋한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낯설었을 타향! 각자의 자리에서 삶의 무게를 이겨내고 최선을 다했던,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하며 어려움을 극복했던 호남향우들에게 마음이 이끌렸고 그들의 행복을 빌어보기로 했다.  

한편, 재부산호남향우회 기장군지회는 12월 7일 오후 7시부터 기장문화원 2층에서 ‘제15대 회장 이취임식’과 함께 제25차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이취임식에서는 김영수 회장이 이임하고, 이한영 회장이 취임한다. 호남향우회에 관심이 있다면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한영 회장 연락처:010-5444-584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