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용은 국가폭력"...기장 석산마을 주민들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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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수용은 국가폭력"...기장 석산마을 주민들의 '분노'
  • 김항룡 기자
  • 송고시각 2018.02.0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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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묶어두고 강제수용 추진...삶의 터전 지키기 나선 주민들 이야기
땅과 집, 조상묘까지 무려 10여차례 강제수용을 경함한 임모 씨 가족이 보유했던 부동산들.

3대에 걸쳐 토지수용만 최대 12번째...
기장읍 석산마을 주민들이 목숨걸고 토지수용 반대하는 이유
 
<정관타임스Live/김항룡 기자>=기장읍 석산마을 주민들이 목숨을 건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농사를 짓던 삶의 터전이 뉴스테이(기업형임대주택) 사업 대상지가 되면서 강제수용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수용제도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게 이 곳 주민들의 생각이다. 

3대에 걸쳐 최대 12번 수용...재수용 경험 주민만 120명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뉴스테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기장읍 내리 석산마을 일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다. 그린벨트에 묶여 마치 섬처럼 되어 있는 사업대상지를 제외한 주변지역은 이미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됐다. 옆에는 4차선 도로가 인접해 있다 보존녹지로서는 가치가 없다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곳을 여전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놓은 상태다. 이 같은 정부의 조치에 주민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해당 사업지에 대한 토지수용 얘기가 나오면서 분노를 숨기지 못하고있다.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오랫동안 재산권 제한을 받고 주변지역 수용 때도 정부의 일이라 협조를 했는데 마지막 남은 이곳마저 수용되면 너무 억울하다는 게 석산마을 주민들의 얘기다.
주민 이모 씨는 "3대에 걸쳐 수용만 10번 당했다. 집도 수용되고 밭도 수용되고 심지어 조상묘지까지 수용당했다. 마지막 삶의 터전인 이곳마저 수용되면 삶의 터전이 사라진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주변 지역 토지 시세에 10분의 1도 안되는 보상을 받고 삶의 터전을 내줘야 한다면 물러설 수 있겠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죽이고 가져가라" LH의 강제수용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모습. photo=김항룡 기자
강제수용에 그린벨트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주민은 "사업지인 석산마을 일대는 도로를 낀 지역이고 이미 주변은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됐다"면서 "개발제한구역으로 기능과 가치를 상실한 지역을 계속 개발지역으로 묶어두고 있는 것은 강제수용 비용을 줄이기 위한 꼼수다. 강제수용 후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기업형임대주택을 분양하면 개발이익은 주민이 아닌 LH에 돌아간다. 이는 주민 삶의 터전을 빼앗아 땅장사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해당사업지는 삶의 터전..."절대로 빼앗길 수 없어"
​전운 감도는 기장읍 내리 석산마을

석산마을 주민들은 강제수용에 맞서 목숨을 건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사업대상지가 주민의 삶의 터전이라는 것이다.
내리 석산마을에는 약 37가구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마을 사람들의 주요 생계 수단은 강제수용이 예고된 사업지에서 농사를 짓는 일이다. 그런데 만약 이곳이 강제수용된다면 생계수단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게 주민들의 강조하는 부분이다.
석산마을 공공주택지구 반대대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주민은 "농사짓던 곳이 강제수용으로 넘어가면 보상은 받겠지만 이곳이 개발제한구역이기 때문에 인근 해제지역시세에 턱없이 부족한 보상을 받고 떠나야 한다. 차라리 그린벨트에 묶여 농사라도 지으면 주민들은 오랫동안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면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계속 농사지으면서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린벨트가 풀리지 않아도 좋으니 삶의 터전을 빼앗지 말아달라. 이미 우리는 수많은 강제수용을 정부에 허락했다. 마지막 남은 삶의 터전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LH가 행복주택 건설을 위해 강제수용하려고 하는 부지의 모습. 1~4번 부지는 이미 개발제한구역에서 풀렸으며 그 중간만 개발제한구역으로 남아있다. photo=김항룡 기자
기장군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공고...주민 알권리 제대로 보호되나?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석산마을 주민들은 LH의 사업추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주민 재산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군청홈페이지 고시공고란에 게시하는 것으로 주민 알권리를 보호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임희자 대책위원은 "주민 상당수가 나이 드신 어르신으로 마우스를 조작할 줄 모르는 어르신들이다"면서 "이 어르신들이 군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해당 고시공고를 열람할 수 있겠냐"면서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해 모르는 토지주도 적지 않다. 이대로 삶의 소중한 터전을 빼앗기지 않을 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강제수용이 예고되는 사업지 움막에 투쟁본부를, 마을 입구 컨테이너에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내건 현수막에는 "죽이고 가져가라", "LH는 땅장사 하지마라", "노인들 몰아내고 행복주택 웬말이냐"란 반대 현수막을 내걸렸다. 또 삼대에 걸쳐 최대 12번가량 이뤄진 강제수용과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개발제한구역은 악법이고 강제수용은 국가의 폭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이 같은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개발제한구역 지정-강제수용'의 레퍼토리에 석산마을이 무너지면 다른지역 주민들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길 수 있다게 이 곳 주민들의 생각이다. 
 
석산마을 주민들은 강제수용이 예상되는 이곳이 마을 어르신들의 삶의 터전이라고 말한다. photo=김항룡 기자
주민들에 따르면 LH는 수용절차에 착수했다. 재결신청과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신청접수를 지나 공고열람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의견검토 및 사실조사와 감정평가의뢰 및 보상액 산정, 수용재결과 재결서 송달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 재결서 송달 후에는 행정소송과 이의신청을 통해 이의를 재결할 수 있다.  삶의터전을 지키기 위한 석산마을 주민들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한편, 토지수용제도란 국가나 공공기관에서는 다목적댐을 건설하고 도로, 철도, 항만,산업단지를 조성하며 주택건설과 교육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사업에 쓸 토지 등을 취득하기 위해 토지 물건 등 소유자와 먼저 매수 협의를 하고 협의매수가 불가능한 경우, 사유재산제를 인정하고 있는 모든 민주국가에서는 공익사업 용지를 강제로 취득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토지수용절차. 출처=중앙토지수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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