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전한 대한민국은 요원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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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전한 대한민국은 요원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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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고시각 2023.07.2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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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 동의대 철학윤리문화학과 교수
-전, 더불어민주당 기장군지역위원장

세월호의 비극적 참사를 겪고도, 9개월 전 이태원 참사를 마주하고도, 재난 대응 시스템은 왜 변한 게 없을까? 해마다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참사에 국민들의 심정은 불안과 안타까움으로 녹아내리는 중이다.

한마디로 ‘오송 지하차도 침수 비극'은 안전불감증이 빚은 전형적인 인재다. '탐욕'과 '설마'에 '무사안일'이 더해졌다.

이태원 참사 때처럼 수많은 방법으로 제방 붕괴, 침수 등의 신고가 있었음에도 지자체 어디에서도 조치하지 않았다. 지금도 이들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이것이 국가기관, 공공, 행정이라 불리는 집단의 추악한 민낯인가.

14명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됐음에도 어느 누구 책임지려하지 않고, 유족들은 사고원인과 경위, 정부의 수습과 대응에 대한 충분한 알 권리마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나. 처음부터 끝까지 조치가 적절했던 게 하나도 없었다. 대응이 얼마나 미숙했고 느렸는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제방이 넘치려고 한다", "대피해야 한다" 시민들은 참사가 발생하기 1시간 40분전쯤부터 경고에 경고를 거듭했다. 이런 시민들의 신고에도 헛발질로 엇박자를 낸 건 경찰, 소방, 자치단체 '모두' 였다.

통제가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신고에, 경찰이 출동한 곳은 다른 지점이었다. 엉뚱한 곳에서 교통통제를 하는 사이, 참사 현장은 빠르게 물이 차올랐다. 청주시의 대응도 분노를 부른다. 이미 지하차도에 물이 다 찼는데 시내버스 회사들에게 그쪽을 지나가도록 통보했다. 담당 부서는 당시 상황을 알지 못했다고 말한다. 기관끼리, 담당부서 사이에 '상황 공유'라는 것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충청북도는 말한다. "미호강의 범람 위기 신고를 청주시가 통보해주지 않았다" 이에 청주시는 이렇게 말한다. "해당 도로의 통제권은 충북도에 있다" 그럼 경찰은? "도로 통제의 1차 책임은 지방자체단체에 있다"...

충북소방본부는 "무선통신망을 이용해 도와 시와 구에 관련 내용을 전파했다"고 했지만, 세 기관은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냈다. 재난 상황에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기관들이 헛발질을 하는 사이, 결국 무고한 시민 14명이 또 목숨을 잃고 말았다.

K팝이 세계인을 사로잡고, 삼성의 휴대폰과 현대의 전기차가 전 세계를 누비는 2023년 오늘에도 안전불감증과 먹통 재난안전시스템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국격을 드러내는 현주소다.

1995년 붕괴되었던 삼풍백화점, 그곳에 들어선 아파트 아크로비스타에 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원인 파악과 사고 수습, 엄정대응, 그리고 재발방지책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때 뿐이다. 이미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기에 대통령의 일갈도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도 아무도 믿질 못한다. 

최근 있었던 이태원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의 국회 공청회를 보면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을 떠올린 적이 있다. 평범하고 선량한 시민이 뜻하지 않은 국가적 재난을 당하고 그 가운데 사랑하는 가족이 희생되거나 재난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 국가라는 존재는 불행한 개인과 그 가족에게 도대체 어떤 의미인가?  

책임 회피에 급급하여 진실에 대한 규명이나 피해자 보호에는 아랑곳없고 부적당한 봉쇄와 진실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고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며 피해자와 그 유족을 모욕하는 무능하고 위선적인 행정당국, 이것이 바로 '괴물' 아니던가?

올초 튀르키예에 강진이 발생했을 때 '에르진'이라는 도시는 유일하게 사망자가 없고, 부서진 건물이 단 한 채도 없었다고 한다. 지진 당시 시민들이 뛰쳐나왔지만 붕괴된 건물은 없었다고 한다. 시장이 단 한 채의 불법 건축물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이런걸 보면 자연재해는 언제나 인간 사회의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고, 또 얼마나 부실한지를 돌아보는 시험대 같다. 인간 사회에 투사되는 자연재해는 그래서 '자연적'인 게 아니라 철저히 '인간적'인 셈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얼마전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직'을 걸었다. 그 이전엔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정치적 공방 속에 '직'을 건 적이 있다. 그러나 직은 그럴 때 거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위해 국가공동체를 위해 거는 것이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장·차관, 지자체장, 그리고 일선 공무원까지 '안전 대한민국'이라는 목표에 직을 걸어야 한다. 국민이 자신을 왜 뽑았고, 혈세로 자신의 월급을 왜 주는지 마음 깊이 새기고, 또 새겨야 한다.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외부 기고 또는 칼럼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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