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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달음산의 반포지효(反哺之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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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달음산의 반포지효(反哺之孝)
  • 이동춘 기자
  • 송고시각 2021.03.0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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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은 하도 추워 좌광천에는 10년 만에 얼음썰매장이 만들어지고, 이제나저제나 봄을 기다리던 달음산은 혹독한 겨울을 전송 중이다.
봄을 심부름하는 홍매화는 동네 뒷산에 벌써 훈풍을 싣고 왔으며 일찌기 잠이 깬 쑥은 '나 왔소이다' 하고 고개를 내밀고 있으니 정녕 봄이 오긴 오나보다.

앙증맞게 꽃을 피운 하얀 버들강아지가 좌광천변에서 눈 비비며 이른 봄의 아침을 깨우던 11년 전 3월 이맘때 청정 산골 동네 달음산 아래에 아파트를 구해 삶의 터를 옮겼다. 이번 겨울같은 외풍은 사양하고픈 나이가 되어가니 주택은 멀리하고 싶었고 도시의 중심에서 산골 변두리로 이주하는 부담은 적지 않았지만 복잡다단한 도심에서 부대껴야 할 목적은 달성된 것 같았다. 이젠 여생에만 충실하면 될 것이고 마음고생 없는 삶이란 본질적으로 불편의 즐거움에서 나올 것이다.

개발 초기에 도심에서 멀다는 이유로 한때 외면당했던 정관신도시는 천혜의 자연녹지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이젠 고속화 도로가 뚫려 해운대는 이웃 동네가 되었다. 동래, 양산, 울산, 경주 등 사통팔달의 도로망이 확보되었으니 어제와 오늘이 달라져 가고 7번 국도 동해안을 따라 들쭉날쭉하게 뻗은 한국 제일의 드라이브 코스와 자연의 극치 해안선을 마주할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

전국의 지자체 중 '살기 좋은 곳 1위'로 선정 되었다니 이 얼마나 자부심을 가져야 할 일인가?

봄을 준비하는 달음산의 푸르름은 일찌기 찾아오니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바람도 푸르고 콧속을 스며드는 흙냄새도 푸르다. 그 푸르름 뒤에 찾아오는 한여름에 산골짜기를 왕래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뻐꾸기와 까마귀 등 온갖 이름 모를 산새들의 청량감 있는 노랫소리에 올여름도 덩달아 바쁠 것이다. 뻐꾸기는 짝을 찾아 노래하는지? 새끼를 찾아 우는 소리인지? 제 새끼 낳아 남의 둥지에 팽개쳐놓고 저렇게도 태평가를 구가하는 뻐꾸기는 청산에서 별곡을 노래한들 그 비정함을 덮을 수가 있을까?

생긴 모습은 저승사자요 울음소리는 장송곡이고 울음소리에 돌아서며 허공에 침까지 뱉어야만 후환의 두려움에 위로를 받았고, 우리네와는 지레 불길한 마음에 상종을 꺼렸던 저 까마귀. 제 어미 늙고 병들어 눈멀어지면 먹이 물어다 어미 봉양하며 살아가는 인간도 다하지 못하는 만행의 근본을 이 미물은 다하고 있으니 날개 달린 짐승의 으뜸으로 흉조 아닌 길조로 여겨야 할 것이다.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 소냐며 '反哺之孝'의 교훈을 일깨워 주었던 선인의 가르침을 생각케 한다.

한여름의 뻐꾸기는 앞산에서 들리는 듯 뒷산의 소리인 듯 아침나절 늦잠을 가볍게 깨워주고, 늦은 저녁 까마귀는 고단한 하루를 잠재워 준다. 앞산 재 넘어 장안사에서 구해 베란다 끝에 매달아 놓은 풍경소리는 달음산 골짜기 바람을 만나 베란다 문이 닫히는 늦가을까지 게으르지 않게 3중주 선율을 싣고 올 것이다.

자연의 질서를 역행하는 뻐꾸기와 역행하는 질서를 바로잡아주는 까마귀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이 정해준 질서대로 살아가고 있으니, 무지한 나의 눈으론 저 짐승들의 행위를 판단할 수가 없다.

산골중턱 병산 호수를 출발해 늘어진 버들가지를 양옆에 끼고 건조한 신도시를 적셔주는 병산호 산수는 아파트단지 중심을 가로질러 임랑 해변으로 흐른다. 그 맑은 물엔 토종 붕어와 다슬기, 유유자적 노니는 오리 떼, 하얀 모시옷으로 치장하고 찾아온 진객, 백로도 있고 토박이 친구 참게도 살고 있었지만......

성냥 꽃같은 양쪽 눈방울을 치켜 세운 채 하얀 거품을 뿜고 집게 손을 흔들며 악수를 청하던 소꿉친구 참게는 아직도 늦잠을 자는지 갑자기 몰려온 방문객들의 소음에 이사를 갔는지? 아직 재회의 반가움을 나누지 못하고 있다.

부산의 마지막 남은 달음산 청정지역에 자연휴양림도 개발했으니 이젠 환경을 정비해 토박이 원주민 참게 휴양시설도 만들어 줘야 하지 싶다.

봄이 오는 달음산에 철없는 뻐꾸기와 효심깊은 까마귀는 다시 돌아올 것이고, 가끔은 먹이찾아 새끼 데리고 마실 내려온 고라니 부부도 있었다.

타양살이 떠났던 참게들도 고향 흙냄새를 잊지 못해 다시 찾아올 것이다. 언젠가 일상이 회복되고 코로나 사슬에서 해방되는 날 환경정화에 고단했던 일손들 잠깐 멈추고 까마귀 같은 효심으로 서로 사랑하며 노래 부르자!

살기 좋은 우리 동네 정관의 찬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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