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황사·미세먼지로 덮힌 세상 속 한줄기 맑은 힐링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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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황사·미세먼지로 덮힌 세상 속 한줄기 맑은 힐링공간
  • 변철우 기자
  • 송고시각 2017.05.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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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벗고 맘껏 들이마실 수 있는 공기...철마 아홉산 숲을 거닐다
본격적인 대숲길이 펼쳐진다. 부쩍 자란 죽순과 푸른 대나무가 대조를 이룬다.

기장 아홉산숲의 대나무숲은 대숲의 장관뿐 아니라 맑은 공기와 새소리로 탐방객을 치유하는 듯하다. 숨을 들이마시면 코로 느껴지는 청량감은 숲의 안쪽과 바깥쪽에서 확연히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숲의 장점은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생활을 하는 오늘날 더욱 부각된다. 언제부터인가 대기의 오염이 심화되고 중국에서 황사마저 불어와서 마음 놓고 숨 쉬지도 못할 세상이 됐다. 기장군 철마면에 위치한 300년 묵은 숲에서는 빼곡한 나무와 잎들이 바깥에서 들어오는 황사와 오염물질을 막아주고 있다.
기장 아홉산 숲 이야기다. 해발 350m 총 면적은 52만㎡(15만7천여 평. 임야 19, 밭 4필) 규모의 아홉산 숲은 자연림이었지만 25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육림을 했다고 한다. 일제시대 때 특히 구역별로 편백나무, 삼나무, 낙엽송, 은행나무, 맹종죽, 잣나무등을 집단적으로 조림해서 지금의 울창한 숲을 만들어냈다. 5월의 어느 날 그 숲은 거닐었다. [편집자주]

아홉산숲 입구 단촐하고 소박하다. 돌담옆으로 담쟁이 덩굴이 멋지게 번져있다.

아홉산숲은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 480번지에 위치해 있다. 숲의 입구 옆으로 돌담을 끼고 아담한 돌계단을 오르면 관미정으로 연결되는 정원이 나온다. 평소 꿈꿨던 자연이 어우러지는 세계다. 연못과 화단 파고라와 벤치들이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관미헌이라는 현판과 잘 어울린다.

관미헌(觀薇軒) 가운데 한자는 고사리 '미'자라고 한다.

관미헌은 소박하고 정갈하다. 기와에서부터 창문살까지 오래된 연륜이 묻어난다. 깔끔하게 보존된 마루와 댓돌의 상태에서 선비의 곧은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정원에 있는 숫바위, 암바위의 배치가 재미있고 등나무가 뒤덮게 될 파고라와 벤치가 인상적이다. 정원을 벗어나 산책로를 따라가는 길에는 곧게 뻗은 소나무들이 울창하다.

숲길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곳곳에 보이는데 사람의 손이 닿지 않고는 백년이상 된 나무들이 보전될 수 있었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숲의 초입에서부터 십수미터로 뻗은 맹종죽의 위엄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대숲길이 펼쳐진다. 부쩍 자란 죽순과 푸른 대나무가 대조를 이룬다.

"소박하고 정갈한 관미헌
곧게 뻗은 맹족죽과 아름다운 소나무
​맑은 공기와 새소리 옆에 둘 수 있는 곳"​

1.5m~2m 높이에서의 직경이 20cm를 넘는 대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인지 맑은 공기가 바깥과는 차원이 다른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대숲의 아래쪽에는 죽순이 뾰족뾰족 올라오고 있어 생명의 신비감을 자아낸다. 맹종죽은 원래 중국의 효자인 맹종의 고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맹종의 노모가 깊은 병이 들어 죽순이 먹고싶다고 하자 눈덮인 대밭에서 무릎꿇고 기도를 하는데 그 정성에 감동해서인지 눈밭에서 죽순이 몇개 올라왔다고 한다. 그후로 맹종죽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연 맹종죽은 죽순부터 직경이 굵어서 탐스럽고 먹을 것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 올라오는 죽순을 보면 신비감마저 든다.

아홉산숲 죽순체험기간은 4월 4월 25일부터 5월 10일까지로 정해져 있다. 관리역량의 한계로 해서 단체손님(20인~30인)에 한정해서 한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아쉽기도 했다.

1대숲이 길가에서 바라보기 좋게 길이 나 있다고 하면, 2대숲은 대나무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느낌이난다.

'군도'와 '대호', '협녀', '소중한 연인'과 같은 영화의 촬영장소이기도 했고 또 최근 드라마 가운데서도 '군주'와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라고 한다. 시대를 초월하는 대숲의 장관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일 것이다.

일찍 찾아온 초여름 한낮의 날씨임에도 숲길은 서늘해서 걷기 좋은 온도를 유지하게 해 준다. 맑은 공기와 새소리, 대잎을 스치며 나는 바람소리가 지친 심신을 어루만지고 푸른 대나무의 물결이 눈을 씻어낸다.

바닥은 흙길이지만 관리가 잘되어있고 평지가 대부분이어서 편안히 걸을 수 있다. 산책로를 한 바퀴를 도는데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잡으면 될 듯하다.

오랜 시간 가꾸어도 숲은 더디게 자란다. 문백섭 아홉산 숲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조부가 나무를 심을 때마다 옆에 있던 손자에게 “너도 이 나무 덕을 못 볼 것이라고 했다"며 "당장의 이익을 떠나 먼 미래를 바라보고 숲을 관리한 것이 아홉산 숲을 이룬 비결”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일제시대에는 숲의 나무를 공출하려 할까봐 순사의 이목을 흐리려고 시찰나온 순사앞에서 수상한 행동을 해서 시선을 돌리는 등 일신의 위협도 무릅쓰고 지켜낸 숲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조금만 방심해도 숲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아끼는 마음이 생긴다.

그저 길을 잃어버리지 않을 정도로만 이정표가 붙어 있을 뿐인 현실이 아쉬웠는데, 숲관계자에 따르면 새 이정표와 안내판이 5월 15일께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안내문이 있다면 구갑죽이나 관미헌에 대한 유래와 설명도 볼 수 있을 것이고 코스선택도 보다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탐방 중에 마주친 남천동에서 오셨다는 부부관람객은 울산 십리대숲을 보고와서 그런지 실망스럽다고 했다. 다섯 분이 일행이고 포항에서 오셨다는 관람객은 담양보다 낫다면서 여기는 대숲안으로 들어가서 죽순을 관찰하고 직접 죽순과 대나무를 만져볼 수도 있어서 아주 만족스럽다고 한다.

아홉산 숲에 와서 무엇을 얻을 것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만큼 기장아홉산 숲은 알면 알수록 더욱 더 많은 것을 보여줄 것임에는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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