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험사회에 대한 고찰-해수담수화 문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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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험사회에 대한 고찰-해수담수화 문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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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고시각 2015.12.1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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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조용우 새정치민주연합 해운대기장을 지역위원장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기존의 산업사회라는 패러다임만으로는 오늘날의 사회를 규정하는데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산업사회는 질적으로 새로운 단계 즉 위험사회로 넘어갔다고 진단한다. 이제 현대사회의 안전과 위험문제는 산업혁명 이래 근대적 합리화과정 전반에 대한 새로운 비판적 재평가와 발전 방향에 대한 새로운 모색을 요구한다.

벡에 따르면 위험사회로서 현대산업사회의 위험성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대의 위험은 핵 방사능과 같이 인간의 지각능력을 완전히 벗어난다.
둘째, 위험의 분배가 사회적 지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나타난다.
셋째, 위험의 확산과 상업화는 위험에 대처하는 패러다임을 바꾼다.
넷째, 지금까지 비정치적인 것으로 여긴 것들이 정치적인 것으로 변한다.

이러한 특징에 비추어 볼 때 핵발전소가 집중되어 있는 고리의 상황, 그리고 원전확대정책을 펼치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위험사회론과 정확히 일치한다.

수명이 다함에도 강제 연장하려는 고리 1호기나,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 여타 원전에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규모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는 수습이 불가한 우리의 지각능력을 넘어서는 상황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은 서울과 수도권으로부터 거리가 먼 외곽지역에 훨씬 높게 차등 분배되고 있다.

얼마전 부산 송정에 국가 광통신망의 주요시설을 설치하려다 원전 30km 이내 설치 금지라는 규정에 따라 다른 곳으로 옮긴 사례가 있는데, 인구 400만이 원전 30km 내에 주거하고 있는 현실로 볼 때, 이는 위험의 차등 분배라는 사실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제 사회적 지위에 따라 위험은 차등적으로 분배된다.

셋째 이러한 위험의 확산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개인화 과정을 겪게 한다. 개인이 자신에게 닥친 고통과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즉 과거와 같이 국가, 마을 공동체 또는 특정집단의 보호를 통하여 안정과 정상성의 삶을 유지할 수 있었던 삶이 이제 개인들 자신의 선택과 대응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삶으로 바뀐다.

사회적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균도 아빠 이진섭씨의 소송과 법정투쟁'으로 상징되는 지역의 갑상선암 관련 피해자들의 삶과 소송을 통해서 이를 알 수 있다.

방사능이 의심되는 해수담수화 바닷물 공급을 거부하는 기장지역의 자발적인 주민들 역시 개인의 문제로 전환된 위험을 사회적 문제로 돌려놓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공인된 위험은 특수한 정치적 폭발력을 지니게 된다. 위험이 일상의 사소한 문제들을 정치적인 것으로 변모시키는 변화와 이에 대처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산업사회의 위험을 낳은 기술과학이 배타적인 전문가 집단이나 기업에 독점되어서는 안 되며, 이에 대한 대중의 통제와 비판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이유에서 다양한 부문에서 대항 담론과 대항 지식의 형성이 촉구된다. 나아가 여기서 성찰적 근대화를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참여적인 시민의 역할을 강조하는 참여민주주의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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