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이야기] 좀비 모기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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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이야기] 좀비 모기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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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고시각 2023.09.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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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용우(객원필진)

 

올 여름 모기에게 한 번도 물리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한 번쯤은 모스키토의 공격을 받았으리라. 잘 정비된 아파트 촌 같은 경우는 좀 뜸하지만 도심을 벗어난 근교의 숲이나 시골 마을 아니면 오래된 시가지나 원도심 그리고 지구촌 전체를 놓고보면 모기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여전히 모기가 옮기는 질병으로 숨지는 사람이 연간 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모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생명체다. 더군다나 요즘 모기는 죽어라 모기향 피우고 살충제 뿌려도 잘 안 죽고 질기다. 전과 달리 끈질기게 안 죽는다. 개체 수도 늘었고, 생존력도 강해졌다. 바로 살충제 저항성이라는 것 때문이다. 

같은 부모 모기에서 태어나도 특정 화학물질에 강한 유전자를 가진 모기는 살아남게 된다. 그렇게 강한 모기만 살아남는 과정을 몇 세대 반복하면 강한 살충제에도 잘 죽지 않는 저항성이 생긴다. 이렇게 진화한 모기가 바로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살충제 내성’의 ‘좀비 모기'인 것이다. 

활동시기 또한 길어졌다. 여름 한철 기승을 부리던 것이 이제는 봄부터 나타나 초겨울까지 돌아다닌다. 모기가 봄과 초겨울에도 활개를 치는 것 역시 기후변화 탓이다. 

높아진 봄 기온으로 모기가 동면을 일찍 끝낸다. 또 알에서 성충으로 성장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아예 동면에 들어가지 않는 모기도 있다. 올봄 전국 평균기온은 13.5도로 197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모기는  32도가 넘으면 활동이 힘들다. 기후변화로 한여름보다 봄·가을이 모기에게 좋은 계절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더워진 지구는 모기에게 천국이나 진배없다. CNN이 “기후변화의 승자는 모기”라고 했을 정도니 말 다한 셈이다. 

모기는 섭씨 9도 이상에서 날고, 13도 이상에서 흡혈한다. 가장 좋아하는 25~27도에서는 12일 만에 알에서 성충이 된다. 암컷 모기 한 마리가 한 차례 흡혈 후 150개의 알을 낳는다. 평생 최대 750개의 알을 낳는다. 전 세계에 3500종, 110조 마리의 모기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모기의 번성은 매개 질병의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은 자그마치 50종이 넘는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모기 매개 질병이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말라리아 환자 수는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 국내 일본뇌염주의보 발령도 지난해보다 19일 빨라졌다. 전 세계에서 모기 매개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연간 100만 명에 달한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기 매개 질병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엘니뇨 현상까지 겹쳐 세계가 역사상 가장 더운 한 해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한여름보다 봄·가을이 모기에게 좋은 계절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더워진 지구는 모기에게 천국이나 진배없다. CNN이 “기후변화의 승자는 모기”라고 했을 정도니 말 다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 공포의 모기를 지구에서 완전히 박멸할 수는 없을까? 옳고 그름을 떠나 현재 모기를 박멸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기는 비록 체장 3∼6㎜에 체중은 3㎎밖에 안되지만 1억 년 전 중생대부터 지구의 세찬 변화를 이겨낸 생태계의 강자이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필승불패라 모기의 생태를 알면 모기에 물리지 않거나 덜 물리는 방법을 찾을 수는 있다. 일단 피를 빠는 모기는 암컷이다. 산란을 위해서 수컷처럼 식물의 즙액만 먹고 살기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짐승의 피를 빤다. 모기는 근시여서 냄새를 맡고 접근한다. 동물의 호흡과 체취에서 발산하는 이산화탄소와 대사 부산물인 젖산, 아미노산, 체온·습기 등에 의해 유인된다. 

한마디로 냄새 나고 열이 높은 사람을 좋아한다. 땀 냄새, 발 냄새 술을 먹고 발산하는 냄새도 포함된다. 꽃향기를 좋아해 향수를 사용해도 잘 물린다. 대사 작용이 활발한 사람 역시 호흡에서 배출 물질이 많아 모기에게 잘 물린다. 걸음걸이 등이 빠르고 활동적인 사람과 임산부, 어린이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또 모기는 밝은 색은 싫어하고 어두운 색을 좋아한다. 따라서 야외 나들이나 산행 할 때는 밝은색 옷을 입는 것이 유리하다. 모기는 오래전부터 밝은색 배경에 앉으면 잘 잡히고 위험하다는 것을 아는 쪽으로 진화했다.

지구온난화로 모기의 극성이 더욱 극렬해졌지만 지구상의 3,500여 모기 종 중 인간을 깨물거나 괴롭히는 것은 불과 10여 종에 불과하다. 모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1억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나, 다른 종들과 함께 진화해 왔으며 6대륙의 모든 인간 서식지에 존재해 왔다. 생태계에서도 나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모기가 없었다면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고 먹이사슬이 끊어져 연쇄적인 생태계 붕괴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하는 생물학자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모기는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보통 사람들의 시선이다. 사람의 피를 빨고 질병을 옮기고 고통을 선사하는 모기에게 두 팔과 두 다리를 선뜻 내어줄 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모기의 극성도 좀비 모기의 탄생도 다 우리 인간들 탓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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