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힘겹게 사는 우리들에게 용기 주는 '몽실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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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힘겹게 사는 우리들에게 용기 주는 '몽실언니'
  • 서옥희 시민기자
  • 송고시각 2021.01.2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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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서옥희 시민기자

책 표지에 한 소녀가 황량한 들판에 서 있다. 검정고무신을 신었다. 포대기를 감싸고 애기를 업고 있다. 이철수 판화그림 한 장이 「몽실언니」  전체를 잘 나타내고 있다. ‘몽실이’는 어려서 애기를 등에 업고 산다. 자라면서도 성하지 않은 다리와 삶의 무게로 늘 절뚝거리며 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날그날을 꿋꿋하게 살아낸다. 온 몸으로 삶을 사랑한 아름다운 이야기 「몽실언니」는 오늘을 힘겹게 사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몽실언니」는 권정생 작가가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프고 어두운 부분을 직시하면서 고난 속에서도 굳건히 피어난 삶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처참한 가난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이웃과 세상을 감싸 안은 주인공 몽실이. 전쟁의 소용돌이를 굳건히 견디어낸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먹먹한 감동과 희망으로 이끌어간다.

저자는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일본에서 돌아온 몽실이의 아버지 가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먹고살기 위해 몽실이를 데리고 다른 남자와 살려고 도망간 엄마. 동생이 태어나자 천덕꾸러기가 되고 결국 절름발이가 된 채 홀로 친아버지에게 돌아오는 몽실이. 새어머니 북촌댁과 잠시 따뜻한 시간을 보내지만 아버지가 전쟁터로 끌려간 뒤 동생 난남이를 낳고 죽는다. “갓난아기를 안고 어떻게 할 줄을 모르는 ”몽실의 나이는 겨우 열 살이었다. 전쟁 뒤 다쳐서 일그러진 얼굴에 나무 지팡이를 짚고 돌아온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구걸까지 해야만 했다. 몽실의 삶은 계속 휘청거렸고 절뚝거렸다. 그러나 끝내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다. 동생들을 사랑으로 보듬고 따뜻한 시선으로 이웃을 이해하고 끌어안는다.

“까치바위골에선 앵두나무 집 아들이 쌀가마니를 훔쳐 달아났는데,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쪽지 편지를 써놓고 갔더래. ”..중략... “앵두나무 집에선 다음에 아들이 또 올까해서 닭을 잡고 떡을 만들어 문밖에 내놓았더니, 어떻게 알고 그날 내려와서 가지고 갔대.” 그 앵두나무집 아버지는 아들과 남몰래 통했다는 이유로 잡혀간 뒤 소식을 몰랐고 동네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해댔다. “빨갱이라도 아버지와 아들은 원수가 될 수 없어요. 나도 우리 아버지가 빨갱이가 되어 집을 나갔다면 역시 떡을 해드리고 닭을 잡아 드릴거에요..”(P66)

"검둥이 새끼구나 어느 나쁜 엄마가 내다 버린거야!" 어떤 남자가 침을 뱉으며 발길로 찼다.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었다. "비켜! 이런 건 짓밟아 죽여야 해!",  "화냥년의 새끼!", "그러지 말아요. 누구라도, 누구라도 배고프면 화냥년도 되고, 양공주도 되는 거여요." (p190) 몽실은 재빨리 아기를 안고 도망쳤다. 가엾은 검둥이 아기는 이미 죽어 있었다. 먹고살기 위해 양공주가 되고 사생아를 낳던 시대의 비극이다. 

몽실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착한 것과 나쁜 것을 좀 다르게 이야기 한다. 아버지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간 엄마도 용서하고, 검둥이 아기를 버린 엄마를 사람들이 욕할 때도 몽실은 그 욕하는 사람을 오히려 나무란다. 몽실은 아주 조그만 불행도, 그 뒤에 아주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을 겪으면서도 더 어려운 이들을 함께 돌본 몽실이와 이웃 사람들의 착하고 따뜻한 마음을 통해 인간의 위대함과 존엄성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고갱이다. 

"Everything change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어느 기업이 던진 카피다. 매우 철학적이다. 그렇다. 급변하는 세상에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나 「몽실언니」를 통해 본 인간의 위대함과 존엄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책정보> 권정생 글/ 창비 출판/ 1만 62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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