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기장일보
뒤로가기
포토
[포토에세이] 아카시아 꽃
2017. 05. 26 by 변철우 기자

오분간

                                       나희덕
이 꽃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분간
아카시아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 살 박이가 뛰어내려 안기는 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 하나가

내게로 걸어올 것만 같다

....(중략)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가 또 진다

아,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다
 

<정관타임스Live/ 변철우 기자>=새해를 맞이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올해도 벌써 5월이 오고 아카시아꽃이 피었다.

주변을 살필 겨를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다보니 지난 몇개월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나희덕 시인은 '5분간'이라는 함축적인 시를 통해 시간의 무상함을 노래한다. 유치원갔다 돌아오던 아이가 순간 다 자란 청년이 되는 찰나의 극대화 속에서 짧기만한 꽃의 생명주기만큼 짧은 우리네 삶을 깨우쳐 준다.

'아 이렇게 짧을 수도  있겠다'하는 상념과 함께 잠깐 동안의 춘몽을 꾸다 깨어나듯 울컥 삶에 대한 의지가 다시 솟아오른다. 내게 남은 시간을 가는 봄날처럼 그저 허망하게 보낼 수는 없겠다고 절로 다짐하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