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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글=박진용 정관일신교회 담임목사
[글적글적] '낯선 사람'을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2019. 08. 21 by 정관타임스Live
박진용 정관 일신교회 담임목사.

오늘날 현대인들은 개인적인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아니 오히려 누군가에게 방해받지 않는 개인적인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고층 건물 속 사무실에도 개인이 업무를 보도록 책상과 책상 사이에 벽이 세워져 있습니다. 우리 삶의 주 공간인 아파트 앞 주민과도 각자의 집을 지켜주는 철문으로 가려진 삶을 살아갑니다.

이런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낯선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 썩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더구나 요즘 같이 사건 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시기에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는 것이 옳다고 생각이 듭니다.

저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 한 어린아이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 아이는 저와 같은 라인에 사는 초등학생 아이인데 저를 만날 때마다 반갑게 웃으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합니다. 그러면 저도 그 친구에게 '응, 안녕' 하며 인사를 합니다.

때로는 제가 먼저 그 친구에게 인사를 하면 어김없이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대해줍니다. 가만히 보니 저뿐 아니라 그 아이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반갑게 웃으면서 인사를 합니다. 성격이 좋은 건지, 가정교육을 잘 받은 건지 대견해 보입니다.

사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타인 즉 낯선 이를 만나는 공간은 제한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엘리베이터는 낯선 사람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공간입니다.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면 괜찮은데 누군가가 함께 타면 어색해하고 불편해합니다. 저마저도 어색한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거나 이리저리 엘리베이터 안의 광고란을 살펴봅니다.

그런데 어린이들은 보통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인사를 하고 어른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답을 합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같은 공동체 구성원뿐 아니라 '낯선 사람'과도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배웠기 때문이겠지요. 그렇지만 이런 아이들도 성인이 되면 우리 어른들과 같이 인사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사회학자들은 누군가 '낯선 사람'과 인사를 주고받는 행위가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알리고 상대방으로부터 답인사를 받아 '안전'을 확인하는 '사회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합니다. 우리들에게 익숙한 '낯선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 모습, 대화는커녕 인사마저도 어색해하는 모습은 조금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바꿔야 할 일상임을 알지만 잘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의 약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녀들에게 예의를 가르치고 존중을 가르치는 우리들이지만 정작 아이들의 시선으로 우리를 보면 상대방, 특별히 낯선 이를 경계하고 그들과의 소통을 단절하는 자기 보호를 넘어선 이기적인 모습으로 보이진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화를 참지 못해 낯선 이에게 해코지를 했다는 소식이 또 들려오는 오늘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나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낯선 이를 경계하고 눈길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낯선 이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그들과 눈길을 마주치고 웃어 줄 때 모두의 마음에 여유가 생기리라 봅니다. 그러다 보면 그 '낯선 사람'은 이제 나에게 '낯익은 사람'이 되어 있겠지요.

한 아이에게 반가운 인사말을 들어도 마음이 흐뭇함을 느끼면서 미소가 지어지는 저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저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라면서 인사를 적극적으로 건내 보려 합니다. 작은 말 한마디로 온 세상을 바로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오늘 내가 만나는 한 사람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생기고 그로 인해 또 다른 사람에게 미소가 전달된다면 더 밝은 오늘, 더 환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겠죠.

주차를 하고 들어오는 길에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낯설지 않은' 경비 아저씨에게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런 저를 보시더니 반갑게 “네 안녕하세요. 어디 다녀오시나 봅니다”라고 저보다 더 반갑게 인사를 해 주시기에 제가 더 기분이 좋아져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늘 가장 먼저 제가 인사를 건넬 '낯선 사람'이 누가 될지 기대가 됩니다. 그 '낯선 사람'을 만나기 위해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살짝 눌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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