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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너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령 찰비계곡
[Travel] 좀 더 깊이 있고 시원하게...
2021. 07. 28 by 정관타임스Live
의령의 궁류면 들녘. 그린카펫이 나그네를 반겨준다. /천성옥 작가

찰비계곡은 의령 사람들만 아는,
의령이 숨겨둔 계곡으로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
이번 여행의 최적지라 할 수 있다.

글·사진=천성옥 작가(정관읍 거주)

모진 인연 질기도록 끊어지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거리 두기와 언택트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사람 향기가 그립고, 같이 울고 웃으면서 부대끼던 일상이 참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 좀 더 깊이, 좀 더 시원하게, 너와 나를 찾아서 발길을 돌려보면 어떨까? 잊고 지냈던 내면의 음성이 지치고 외로운 삶을 포근하게 감싸줄 것이다.

‘비대면 안심 모드’와 ‘시원한 여름’에 방향을 맞추고, 주저 없이 좌표를 찍은 곳은 경남 의령 찰비계곡이다. 찰비계곡은 의령의 진산 한우산(寒雨山․836m)이 정성스럽게 품고 있는 물줄기이다. 여기서 ‘찰비’는 한우(寒雨)를 우리말로 쉽게 풀어쓴 용어. 한 여름에도 겨울비처럼 차가운 물이 흘러서 붙여진 이름이다. 찰비계곡은 의령 사람들만 아는, 의령이 숨겨둔 계곡으로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 이번 여행의 최적지라 할 수 있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구름이 나도 찍어달라며 고개를 내민다. /천성옥 작가
한우산(寒雨山․836m)과 찰비계곡의 합작품. 한 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다. /천성옥 작가

찰비계곡은 의령군에서 오지 중의 오지, 궁류면이 품고 있다. 가는 길은 그야말로 초록의 향연이다. 지난 봄날 모내기를 했던 논은 벼가 쑥쑥 자라서 초록 양탄자를 펼쳐 놓은 듯하다. 마치 영화제의 레드카펫처럼 의령은 그린카펫을 펼쳐 놓고, 낯선 초행길도 편안하게 반겨준다.
 
여기에 배경음악도 끝내준다. 시골의 인기 절정 아이돌 가수, 매미들이 막바지 여름을 불태우며 뜨겁게 열창을 한다. 매미는 왕년에 잘 나가던 DJ답게 선곡도 탁월하다. 총알 같이 달려온 인생, 잠시 쉬어가라며 올드 팝송도 불렀다가, 아련한 옛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사랑 노래도 불러주고, 즐거운 여행길 되라며 요즘 잘 나가는 트로트도 한 곡 뽑아준다. 
 
그린 카펫 눈으로 밟고 매미 노랫소리 들으며 찰비계곡으로 가는 길. 의령의 시골 풍경에 정주고 마음 주면서 꼬부랑길 따라 심심산골로 들어가면, 어느새 뼛속까지 시원한 냉기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신선의 피서지가 아니었을까! /천성옥 작가
한 여름에도 겨울비처럼 차가운 물이 흘러서 찰비계곡. 세상 시름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천성옥 작가

궁류면에 눈도장 찍고, 벽계야영장에서 벽계마을을 지나 한우산으로 오르면, 길 따라 장쾌한 계곡물소리가 눈과 귀를 시원하게 한다. 이곳이 바로 찰비계곡이다. 찰비계곡은 풍경도 세월도 멈춰있어 시대극을 찍는 영화인들이 탐내는 곳이다. 실제로 이곳은 1950년대 배경의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지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시간의 간극도 느낄 수 없을 만큼 때 묻지 않은 청정산골이 찰비계곡의 매력이다. 계곡은 사람들이 돌을 쌓아 자연 물놀이 장을 만들어 놓은 곳을 시작으로, 물길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가면 갈수록 크고 작은 웅덩이가 계곡 탐험을 하듯이 펼쳐진다. 웅덩이는 이름도 정답게 각시소, 농소, 아소 등으로 불린다. 저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전설을 품고 시원함에 이야기꽃을 더해 준다. 

그렇다면 계곡 물은 정말 겨울비처럼 차가울까? 발을 담그지 않을 수 없다. 새 소리 물소리만 들리는 깊은 산골, 계곡물에 족욕을 하니, 그 옛날 신선도 이렇게 피서를 즐겼을까 싶다. 한 여름에 맞는 겨울비에 세상 시름까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이처럼 아름답고 황홀한 곳에서 무엇을 더 원하고 무엇을 더 욕심낼 수 있을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면서 현재란 시간에 집중할 수밖에.

물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복 받은 사람이 다 가진 얼굴로 행복한 미소를 건넨다.


 

양반 댁에 핀다는 능소화도 청금정에서는 한 작품한다. /천성옥 작가

[여행TIP - 같이 둘러볼 만한 장소] 의령 청금정(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484호)  

찰비계곡에 발을 담그고 하산을 하게 되면 벽계저수지에 있는 정자, 청금정을 추천한다. 청금정은 1916년 소산 김종식이 그의 아버지 농암 선생을 기리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고풍스런 분위기에 세월을 거슬러 가면 산도 물도 하늘도 모두 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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