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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풀문화는 우리민족의 아름다운 끈이요 줄기" "무심코 지나치는 주변의 풀과 짚들 내손 거쳐 작품으로 완성 때 희열...지금의 나 있게 해"
[인터뷰] 짚과 풀 작품으로 승화...짚풀공예 명장 최재득 씨
2021. 07. 13 by 김연옥 기자

<기장일보/김연옥 기자>=짚풀공예전이 열리고 있는 정관 시연갤러리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첫 느낌은 아늑함이었다. 어릴 적 시골 할아버지 집에 가면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생활용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농경시대의 상징인 짚신, 솟대, 망태기, 삼태기 그리고  소, 돼지, 닭, 어류까지...마치 박물관에 온 듯했다.

예전에는 짚으로 공을 만들어 놀곤했다. 짚공을 보여주고 있는 최재득 명장 모습. 짚공 옆에는 부산을 상징하는 갈매기가 있다. /김연옥 기자

최근 짚풀공예의 명장으로 선정된 최재득씨는 개량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왔다. 나는 조심스레 첫 인사를 건넸다. 
“손 한 번만 만져봐도 됩니까?”
생각보다 손바닥은 부드러웠다.
“짚과 풀로 한창 작업을 할 때는 손바닥이 갈라지고 아프기까지 하지만 좀 쉬면 다시 괜찮아져요.”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최재득 명장(72세)이다.
그녀는 17년 전 장안의 한 마을회관 짚풀강좌에 참석했다. 그러다 우연히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숙제를 내주면 수강생 대부분은 낮에 농사를 짓느라 바쁘다며 안 했지만 저는 재미가 있었어요. 선생님이 가르친 것을 응용해서 밤을 새워 작품을 완성해갔습니다. 그때부터 짚풀의 매력에 빠지게 됐죠."
남편도 열심히 작업을 돕고 있다. 
"계절에 따라 작품 재료로 쓰는 풀잎들을 수거하는데 한더위 속에 무성하게 자라난 강아지풀과 모시잎, 줄기, 맥문동잎, 옥수수속 껍질 등 주변의 풀을 남편이 뜯어줍니다. 작품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되죠." 
특히 재료로 많이 쓰이는 짚은 정관 예림리에서 직접 벼농사를 지으며 가을 추수 후 논에서 가져온다고 한다.
"오랫동안 무농약으로 벼농사를 지어 손주들이 메뚜기를 잡으며 성장했습니다. 버려지는 볏단이 제 손을 거쳐 작품으로 완성될 때 희열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 같아요. 바르게 펴서 말리고 어떤 것은 소금에 절이며 오랜기간 준비과정을 거쳐 집에서 직접 손으로 빚습니다."

기장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특산물 '멸치'를 소재로한 작품. /김연옥 기자

정관 예림리에서 태어나 정관초등학교 32회 졸업생임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최명장은 정관에 10년째 살고 있으며 기장을 대표하는 작품을 만들자고 도전한 것이 바로 ‘멸치’라는 작품이다. 봄에 대변항에서 사 온 멸치를 곁에 두고 섬세하게 표현했는데 파닥거림이 느껴질 정도다. 그 외에도 게와 복어, 오징어, 한치, 도다리, 돔 등 지느러미까지 관찰하며 풀의 색깔 그대로 표현하는 섬세함에서는 장인의 위력을 느끼게 한다.

"주변에서 강좌를 부탁해 후진양성에 힘쓰고 싶은데 코로나19로 2년째 발목이 잡혀있습니다. 안타까워요." 
작품에 호기심을 갖고 찾은 젊은 관람객들에게 작품 하나하나 설명을 하는 최 명장은 “짚풀문화는 우리민족의 아름다운 끈이요 줄기"라면서 "예술성과 창의성을 접목한 짚풀공예 작품을 후손들에게도 널리 보급하고 싶다. 필요하다면 지역에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만든 작품.

최 명장은 향후 사람의 표정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변의 자연친화적인 소재들이 그녀의 손을 거쳐 어떻게  재탄생할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정보>>짚공예 최재득 두 번째 개인전/ 7월 5일부터 30일까지 시연갤러리/문의 051-728-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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