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마골 소극장이 문을 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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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가마골 소극장이 문을 열던 날...
  • 김항룡 기자
  • 송고시각 2017.07.0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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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관타임스 김항룡 편집국장
일광으로 이전하며 부산 연극의 굴곡도 함께 담아
공연과 카페, 연출가 기념관, 주점 등 통해 문화소통 시도
문화의 불모지 기장에 오아시스가 되길...

부산 연극 역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가마골소극장이 일광에서 부활했다. 가마골소극장은 광복동과 중앙동, 광안리를 거쳐 2001년 다시 광복동에 자리 잡았고 거제동과 밀양을 거치는 굴곡의 시기를 보낸 뒤 동해남부선 종착역이 있는 이곳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멀리서 바라본 가마골소극장은 아직은 낯선 존재처럼 보였다. 알다시피 일광에는 주로 바다를 보려는 피서객이 찾는 곳이다.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소극장이 문을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개관 기념작품을 홍보하는 현수막도, 소극장이라는 간판도, 티켓팅하는 판매부스도 어색한 느낌이다.
 

그런 가마골 소극장은 주민과 관객들과 호흡할 준비를 마치고 이날 문을 열었다. 연극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목로주점 양산박과 사랑방 역할을 할 카페 오아시스, 출판사와 연희단거리패의 자료를 엿볼 수 있는 아카이브 등도 만나 볼 수 있다.

가마골 소극장은 일광역에서 걸어서 5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다. 빨간색 바탕위에 하얀색 간판이 손님을 맞이하고 한두사람이 겨우 들어갈 공간에서 티켓을 끊을 수 있다.

가마골 소극장은 다양한 소통을 꿈꾸는 듯 보였다. 공연을 통한 소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카페와 주점, 배우의 기념관, 책굽는가마 등 곳곳이 다 이야깃거리다.
 
연희단거리패와 배우, 작품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고, 문화 등을 다룬 책들도 엿볼 수 있다. 공연DVD를 구입할 수 있고, 연출가이자 배우였던 고 이윤주의 걸어온 흔적도 만나볼 수 있다.
 

일광에 가마골 소극장이 생기던 날 '반가운 조우'도 곳곳에서 눈에 띠었다. 배우 명계남 씨 등 가마골소극장과 인연있는 다양한 인사들이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 했는데, 이곳에 모인 문화인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가마골 소극장이 즐겨찾는 문화장소가 되길 기원했다.

가마골 소극장 1층에는 목로주점 양산박이 있다. 잠깐 들어가봤는데 식사와 주류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내부 공간은 협소했지만 바처럼 이야기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쇼윈도와 닿아있는 곳에는 파라솔이 있어 일광의 바람을 즐길 수도 있다.

한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듯한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카페 오아시스가 나온다. 오아시스에서는 일광천이 내려다보인다. 이곳의 테마는 '작품'이다. 테이블에 앉아 어느 곳을 응시하더라도 과거 무대에 올랐던 작품이나 배우 이야기가 보인다. 한씨연대기, 쓰레기들, 낚시터 전쟁 거지와 학자 등 가마골 소극장 무대에 올랐던 작품인데 '어떤 작품이었을까' 호기심이 생긴다.
 
어찌보면 부산연극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 같아 가마골소극장이 있는 일광이 부산연극의 중심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한켠에 있는 고 이윤주 기념관에서는 작품을 통해 인생을 얘기하려 했던 한 연출자의 걸어온 궤적을 따라 걸을 수 있다. 북카페인 책굽는가마 도요라는 공간에서는 연극 등 문화에 대한 글이 담긴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소극장은 3층에 위치해 있다. 100석이 채 안될 것 같은 작은 공간이지만 아기자기하고 비대칭적이면서도 공연관람에는 큰 지장이 없다. 소극장인 대신 자리가 넓고 좌석간 거리도 있어 관람객을 배려한 설계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혼신을 다하는 배우들의 숨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짧은 거리감이 이곳의 장점일게다.
 
가마골 소극장 개관일 공연은 곳곳에서 펼쳐졌다. 카페와 야외는 자유로운 리허설장이었고, 극장은 관객과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마골 소극장이 문을 여는 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이윤택 연출가는 개관식에서 가마골 소극장이 건립되기까지의 긴 여정을 소개했다. 그리고 젊은 연극후배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젊은이들에게 실패할 기회를 주겠다."

사실 연극시장은 그리 녹녹치가 않다. 순수예술 전반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은 '좋은 문화가 인생의 동기부여를 하고 즐거움을 주며, 삶에 힘이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정말 바쁜 삶을 살아간다. SNS에 흠뻑 취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가 한번 함께 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렇게 말해보는 것이 어떨까?

"우리 연극 한 번 보러 일광에 갈까?"

격세지감 문화가 새로 열리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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