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부산시 사무로 판결난 기장해수담수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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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부산시 사무로 판결난 기장해수담수사업
  • 김항룡 기자
  • 송고시각 2016.09.09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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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룡 정관타임스 편집국장

지난해 12월 부산시와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는 해수담수화수돗물을 기장·일광·장안지역에 공급한다고 일방적으로 밝혔다.

그러자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해수담수화수돗물이 검증되지 않은 물"이라면서 격렬하게 반대했다.

통수가 현실화되자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거리로 나와 "먹을 물을 선택할 수 있게 해 달라"며 피켓을 들었다. 등교거부사태도 이어졌다.

반면, 해안지역 주민 등은 청정기장바다 이미지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집회에서는 양측이 서로 맞서며 갈등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산시와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는 한발 물러서 통수를 유보했다. 오규석 기장군수 등은 ‘주민동의 없는 해수담수공급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주민동의’를 어떻게 구하느냐를 놓고 제시된 것은 사실상 없었다.

그러자 반대 측 주민들은 주민투표를 요구했다. '주민의 복리 안전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정사항에 대하여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주민투표법 조항에 근거해 주민투표를 위한 청구인대표자증명서 교부를 부산시에 요구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해수담수화수돗물공급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가 아닌 국가의 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면서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반대 측 주민들은 부산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법원은 해당사안이 주민투표 대상이라는 판결은 내놨다.

8일 부산지방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김동윤)는 김정우·이현만 군의원과 반대 측 주민들이 제기한 ‘청구인대표자증명서 교부신청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담수화된 수돗물을 특정 지역에 공급하는 사무는 수도법 및 지방자치법의 규정 내용이나, 담수화 수돗물 공급이 부산 기장군 일대에 한정된 것으로서 전국적으로 통일적 처리가 요구되는 사무라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부산광역시의 자치사무로서 주민투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위 사무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동사무라고 하더라도 주민투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대 측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국가사무’라는 이유로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던 부산시로서는 이 상황을 난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판결에 대한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가 항소하지 않고 판결을 받아들일 경우, 주민들이 해수담수화수돗물 공급과 관련 찬반투표를 요구했을 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가 만일 공급반대로 나온다면 수천억원이 투입된 국책사업이 무산되는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럴경우 경제적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보인다.

해수담수화수돗물공급 논란을 겪으면서 기장사람들은 방사능에 대한 공부와 심적고민 그리고 원치 않은 경험 등을 해야 했다.

‘방사능 불검출’이란 의미가 방사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단지 기준치 이하라는 의미를 적절히 잘 받아들여야 했다.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해수담수공급 찬성 전문가 의견과 "소량이라도 쌓이면 위험할 수 있다"는 공급 반대 전문가 의견을 놓고 누가 맞는 말을 하는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쪽 주민들은 해수담수 수돗물을 먹지 않기 위해 한쪽에서는 청정바다 이미지가 희석돼 먹고살기 힘들까봐 사력을 다해 찬반의견을 개진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이 해수담수화수돗물과 관련된 논란과 갈등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선명해 보이는 것은 일방적인 행정, 주민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사무가 가뜩이나 살기 힘든 주민들과 지역사회에게는 '독'과 같다는 점이다.

법원의 이번 판결이 좀 더 주민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려깊은 행정'을 도모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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