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옥의 시간여행] 우물의 추억, 그 시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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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옥의 시간여행] 우물의 추억, 그 시간속으로...
  • 김연옥 기자
  • 송고시각 2021.05.3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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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연옥(정관타임스 문화부장)

따뜻한 봄날 부산시민공원으로 향했다. 부산을 상징하는 갈매기 조형물이 입구에서 반갑게 맞아준다.
몇 년 전에는 나무 그늘이 별로 없어 걷기 불편했는데 이제는 나무가 어느새 쑥쑥 커 그늘속을 걸을 수도 있다. 나무아래 자리를 깔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산책을 하다 보니 ‘우물터’라는 이정표가 눈에 띄어 그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예전의 낯익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 우물은 범전동 본동에서 4대째 거주했던 집의 우물을 복원해 옮겨 놓았다. 1890년대에 만들어진 개인 소유의 우물이다.

인근 청동상의  정겨운 조형물이 옛날 조선시대의 모자간의 정을  듬뿍 담고 있었다.

둘레가 제법 큰 우물은 나무로 뚜껑이 덮어져 있었고 어머니가 들고 있는 두레박도 낯설지 않았다.

내 어릴 적 우물은 놀이터의 한 공간
꽈리 ,봉숭아꽃으로 친구들과의 추억 새록새록
여름밤 엄마와 목욕하며 밤하늘 별 감상

그 많던 별똥별은 어디로 갔을까

우물은 옛날 상수도 시설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에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로, 우물을 뜻하는 한자 우물 정(井)은 네모난 담장을 가진 우물을 위에서 본 모습을 본뜬 한자라고 한다.
청동기 시대에 처음으로 등장한 우물은 나무, 토기로 담을 쌓았지만 한반도에서는 삼국시대부터 흔히 상상하는 돌로 우물을 축조하고, 우물물을 길어서 사용하기 위해 두레박이나 양동이 등을 밧줄로 묶어놓았다고 한다.
때에 따라서는 우물에 정자(亭子)처럼 지붕을 씌우거나 뚜껑을 설치해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도 했다.

일일이 두레박으로 물을 뜨는 불편함에서 조금 발전한 것이 펌프였다.
마중물이라고 해서 물 한 바가지 정도를 붓고 펌프질을 하면 처음에는 마중물만 나오다 한참 반복하면 시원한 지하수가 콸콸 쏟아져 나온다.

우물 옆에 놓인 펌프를 보니 더더욱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났다. 집 뒤에 야트막한 산이 있어서인지 뒷마당에 제법 깊은 우물이 있었다. 식구도 단출했던 우리 집은 대문도 열어두고 이웃들이 자주 드나들며 물을 떠 가곤 했다. 우물가 옆에는 꽈리도 있었고 봉숭아꽃도 피어서 나와 친구들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꽈리는 열매를 맺으면 옷핀으로 조심스레 씨를 빼내고 공기를 채워 입으로 불면 신기한 소리가 났었다.
봉숭아꽃이 피면 친구들과 함께 꽃과 잎을 돌로 으깨어 백반가루를 넣고 잘 섞은 후 손톱에 붙인 뒤 헝겊으로 싸서 실로 총총 감아 하룻밤을 잤다. 다음날 누구 손톱이 예쁘게 잘 물들여졌는지 서로 비교했던 어린 날의 추억들.
그리고 우물과 장독대 사이로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던 그 철없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그때는 몸이 작아서인지 항아리 뒤에 숨어도, 우물의 모퉁이에 숨어도 충분히 가려졌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우물 옆에 낯선 펌프가 등장하고, 펌프질을 하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게 신기할 뿐이었다.
여름철이면 아버지는 엎드려 어머니가 바가지로 끼얹어주시는 등목을 하시며 연거푸 시원하다고 말씀하셨지.
남자들은 펌프 옆에서 대낮에도 마음껏 시원하게 씻을 수 있었지만 엄마와 난 어두워지면 낮에 받아둔 미지근한 물로 더위를 씻어내렸다. 그때 하늘을 보면 얼마나 많은 별이 쏟아져 내렸는지, 그리고 가끔 별똥별도 볼 수 있었는데...그게 나의 어릴 적 부산의 하늘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물도 마음대로 마실 수 없고, 황사로 먼지가 뒤덮이고, 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생기고, 별도 잘 볼 수가 없다.
무엇보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에 우리의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만 간다.
내 어릴 적 조금은 불편하고 부족한 게 많았지만, 오히려 지금보다 더 풍족한 생활을 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공원에서 우물을 보며 어릴 적 추억에 잠겨 벤치에서 친구와 도란도란 한참을 이야기하다보니 해질 무렵이다.
어릴 적 함께 꿈을 펼쳤던 친구가 내 곁에 있어 새삼 든든하고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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