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옥의 시간여행] 보수동 책방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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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옥의 시간여행] 보수동 책방골목
  • 김연옥 기자
  • 송고시각 2021.04.2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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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 사러 다니던 학창시절이 그리움으로 가득차는 곳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는 글귀에 공감
리어카는 책을 싣고
리어카는 책을 싣고, 출처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
종합선물세트
종합선물세트, 출처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

유리창 너머 오래된 옛 풍경이 눈길을 끈다.
‘종합선물세트’란 제목과 ‘리어카는 책을 싣고’의 얼굴들
저런 풍경을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참 그때는 종이도 귀한 시절이라 책은 더더욱 귀했었다.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 되는 책이 선사하는 신비로 가득한 곳’이 바로 보수동 책방골목이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에서 귀한 자료들을 감상하고 서점 골목으로 들어갔다.

살 책도 팔 책도 없으면서 그 골목을 걷다 보면 차곡차곡 쌓인 책 사이로 나의 추억들도 어느새 고개를 내민다.
내가 처음으로 책을 선물로 받았을 때는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다.
엄마가 외출하고 오시며 나에게 준 선물, 책 제목은 지금도 기억이 뚜렷하다. ‘마의태자’란 만화책이었다.
엄마는 왜 그 책을 선물로 줬을까? 다른 책들도 많았을 텐데...
책 표지에 마의태자 얼굴이 그려져 있은 듯하다. 그 당시는 동화책도 흔하지 않았으니 아마 10번도 넘게 보고 또 봤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책도 여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사 왔을 것 같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1950년 6.25 사변 이후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이북에서 피난 온 손정린씨 부부 [구. 보문서점]가 보수동 사거리 입구 골목 안 목조 건물 처마 밑에서 박스를 깔고 미군 부대에서 나온 헌 잡지, 만화, 고물상으로부터 수집한 각종 헌책 등으로 노점을 시작한 것이 지금의 보수동 책방골목이 되었다고 한다.

6.25 전쟁이후 부산으로 피난온 많은 난민들은 주로 중구, 동구,서구,영도구[국제시장 일원]등에서 정착하여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또한 부산소재 학교는 몰론이고 피난 온 학교까지 구덕산 자락 보수동 뒷산 등에서 노천교실 천막교실로 많은 학교가 수업을 해서 보수동 골목길은 수많은 학생의 통학로로 붐비게 되었다고 한다.

나의 중· 고교 시절을 돌이켜 본다.
새 책을 받으면 친구들과 제일 먼저 이곳으로 달려왔다. 같은 출판사의 깨끗한 문제집을 빨리 사려고...
운이 좋으면 깨끗한 문제집을 먼저 살 수가 있었고 좀 지저분한 책은 대신 싸게 살 수 있었다. 서점주인 아저씨 맘대로 값은 매겨졌으니까...
반대로 쓰던 책도 깨끗하게 지우개로 지워 팔면 값을 많이 받아 용돈으로도 쓰고, 아니면 다시 헌 참고서를 사기도 했다. 어떤 아이들은 교과서 자체를 헌책으로 사기도 했다. 그야말로 학생들에게는 보석상자처럼 소중한 만물가게였다. 그래서 신학기가 되면 발 디딜 틈도 없이 복잡하고 시끌벅적했던 것이 바로 이곳이었다.

요즘은 문화의 거리로서 추억을 회상하는 장소가 되어 관광객이 찾아드는 곳으로 변해버린 보수동 책방골목.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 서점의 입구에 새겨진 문구도 다시 한번 읽어보게 만든다.

책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아직도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찾아올 곳이 있음을 다행이라 여기며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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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예 2021-04-28 08:45:1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