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옥의 거리탐방] 과거와 현재 두 갈래 산책로, 대릉원과 황리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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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옥의 거리탐방] 과거와 현재 두 갈래 산책로, 대릉원과 황리단길
  • 김연옥 기자
  • 송고시각 2021.04.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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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1천 년의 시간 차이, 시·공간을 초월한 현실 실감
대릉원, 황리단길, 첨성대, 보문호반길 걸으며 봄의 정취 가득 느껴

 

산들산들 봄바람이 유혹한다. 햇살 속에 피고 지는 꽃들을 쳐다보며 괜히 내 마음도 바빠진다.
동해선 좌천역사가 새롭게 단장되었던데 기차를 타고 경주로 가볼까?

열차시간을 확인하고 집에서 출발, 차는 좌천역의 넓은 주차장에 두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기차 승강장에 올랐다. 기적을 울리며 다가오는 기차에 오르니 기차 실내는 평일이라 여유로웠다 .
어릴 적 수학여행 갔던 경주는 항상 추억의 장소로 고향 품처럼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남창, 태화강 등 몇 개의 역을 거쳐 약 1시간 후에 도착한 경주역.
광장의 안내소에서 경주의 지도를 받아 대충 방향을 익혔다.
오늘의 목표는 대릉원을 거쳐 황리단길을 걸어 첨성대, 그리고 보문호반길 걷는 것이다.
경주는 문화재구역 고도제한을 두었기에 타 도시보다 고층건물이 없다. 곧 풀린다는 소식이 있지만 아직은 편안한 시선으로 깨끗한 거리를 걸을 수 있어 소풍 온 듯 마음이 즐겁다.
항상 경주에 오면 들리는 황남빵 가게. 이곳에선 낱개로 빵을 사서 그 자리에서 먹어야만 제대로 맛을 즐길 수 있다. 방금 구워낸 빵을 호호 불면서 먹는 그 맛을 잊지 못해 포장된 빵은 사양한다.

큰 길을 건너 대릉원 돌담길을 따라 걷는다. 돌담에 붙인 조각품 사이로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눈 또한 즐겁다.
대릉원의 매표소를 지나 들어서니 옛날 솔거가 그렸을 길게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반긴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무표정하게 걷는데 자연의 생명체는 파릇파릇 새싹을 틔우고 예쁜 꽃을 피우며 변함없이 자연에 순응하는 삶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이곳 대릉원은 경주에 산재해있는 고분군 중 가장 큰 규모로 현재 23기의 고분이 있다고 한다. 산책 중 잠시 의자에 쉬어도 마주하게 되는 커다란 고분들, 살아서도 충분히 누린 권세에 뭐가 그리 애달파 무덤 속까지 끌고 갔을까?

한복을 입은 어여쁜 소녀들은 환하게 웃으며 과거와 현재를 노니는 듯하다.
한 바퀴를 여유롭게 돌고 후문이 있어 나와 보니 갑자기 딴 세상이다. 자동차의 굉음과 우르르 몰려다니는 젊은이들은 양쪽에 길게 늘어선 가게마다 기웃거리며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여기가 바로 젊은이의 핫한 거리 ‘황리단 길’이다. 황남동에 자리한 골목길을 개조해 카페나 레스토랑 그리고 가게로 색다른 분위기를 풍겨 전국에서 젊음이 몰려드는 곳.
함께 기웃기웃하며 기발한 가게이름에 감탄도 해본다.

골목길 구경도 하며 식당을 찾는데 퓨전 식당도 많다. 번잡한 곳을 벗어나 조용한 곳에서 한 끼를 채운다. 약간의 갈증도 달랠 겸 시원한 막걸리도 마실 수 있고 주차 걱정 안 해도 되는 자유로움이 있다.
문 하나를 두고 약 1천 년의 시간 차이 , 그곳에 내가 머물러 있음에 마치 드라마를 보듯 시·공간을 초월한 현실을 실감한다.

황리단 길을 벗어나 첨성대쪽으로 걸어가니 멀리서 빨간 튤립이 반가이 맞이한다.
1천400년의 세월을 꿋꿋하게 지켜온 첨성대와 어울려 모두 사진 찍기에 바쁘다. 바로 옆의 야생화단지를 걸으며 유채꽃과 수선화 등 알록달록 꽃들을 눈으로 즐겨본다.

아직도 해는 중천에 머물고...이제는 어디로 가볼까?
보문호의 겹벚꽃이 궁금해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버스를 타고 현대호텔 정류소에서 내려 보문호수 쪽으로 걸어가니 화사한 꽃들이 화려하게 피었다.

울긋불긋 멀리서 보이는 보문호수 쪽 겹벚꽃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져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멀리서 보아야 더 아름다운 꽃, 가까이 가보니 이미 꽃은 지려하고 잎들이 나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호수를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약 8km의 보문호반길을 걸으며 사이사이 보이는 꽃들과 연둣빛 새순으로 옷을 입는 고목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느새 힐튼호텔 옆길로 들어서니 호수 끝자락의 겹벚꽃나무가 절정에 이른다.

부끄러운 미소를 머금은 새색시처럼 화사하게 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주위를 맴돌며 오래 그곳에 머물다 여유롭게 집을 가려고 나섰다.
경주역은 자주 갔으니 이번에는 불국사역으로 가야지 생각하며 반대 방향으로 버스를 한참 기다리다 불국사역으로 갔는데, 아뿔사! 불국사역에 서는 기차는 2시간 후에나 있단다.
이미 경주역 가기는 늦었고 외진 곳이라 분위기 있는 카페도 보이지 않고 늦게 먹은 점심으로  저녁은 먹기 싫고... 이래저래 근처의 작은 공원에서 놀다, 옆의 이름 모를 고분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고분에서 시작해서 고분으로 끝나는 경주의 하루 여행,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2시간을 멈춰 놓았지만 가끔은 멍하니 앉아 쉼을 갖는 것도 나에겐 보약같은 시간이었다.
봄날 찾은 경주는 나에게 휴식을 주며 따뜻한 위안을 주고 하루를 보상해준 고마운 여행지로 오래 기억되리라.
은은하면서도 화사한 핑크빛 겹벚꽃의 화려함과 파릇파릇 돋아나는 싱그런 새잎들의 향연도 눈에 가득 담은 4월의 멋진 하루였다.

여행정보>>동해역 좌천역에서 경주행 기차: 오전6시57분, 7시53분, 9시27분, 10시20분, 12시 5분...경주역에서 좌천행 기차: 오후2시5분, 오후4시53분, 오후5시61분, 오후7시29분.. /요금 4500원, 할인3100원 / 근처 관광지 : 동궁과 월지, 국립중앙박물관, 계림, 교촌한옥마을, 월정교, 불국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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