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필] 그 시절 졸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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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필] 그 시절 졸업 이야기...
  • 유혜경 기자
  • 송고시각 2021.03.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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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과 통신발달이 덜 된 시절
졸업은 친한 친구와 헤어지는 의미
흐르는 눈물로 졸업식 노래 제대로 못 불렀던 기억
오십 년 뒤인 지금도 마음 울컥하게 해

마주 오는 젊은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있다. 손에는 커다란 꽃다발이 들려 있다. ‘아! 누가 졸업하는가 보다!’ 코로나 때문에 가족들이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던데 그래도 아쉬워서 꽃다발을 준비했나 보다. 문득 요즘 아이들의 졸업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진다.
이십몇 년 전 내 아이 졸업식 때만 해도 눈물 흘리는 아이들을 별로 볼 수 없었다. 정작 아이는 멀쩡한데 괜히 내가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졸업식에서 눈물을 찾아볼 수 없는 건 아이들의 감성이 메말라서가 아니라 교통과 통신이 발달해서라고 생각했다. 각자 손전화가 있어서 쉽게 연결될 수 있으니 잠시 이별했다 해도 연락이 가능하니까 울면서 헤어질 일이 없을 것이라고.
우리에게 있어 졸업은 곧 이별이었다. 내가 졸업할 땐 재학생이 송사를 읽기 시작할 때쯤 누군가 훌쩍이기 시작하면 식장 전체로 흐느낌이 번져 졸업식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가 없었다. 산 넘고 물을 건너서 곳곳에서 모인 친구들이었다. 학생 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거의 모두 친구가 됐다. 그러나 같은 동네 친구가 아니면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것이다.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면 편지도 나눌 수 없으니 어찌 눈물이 나지 않겠는가.
단벌인 외출복을 곱게 차려입고서 졸업식에 참석한 엄마들도 우리가 울면 손수건을 꺼내서 눈물을 닦으셨다. 카메라도 귀했던 시절 조화 꽃다발과 졸업장을 넣을 통을 들고 누군가와 같이 사진을 찍었지만, 막상 사진은 받지 못했다. 딱 한 장 남아있는 졸업 사진은 운동장에서 찍은 사진으로 너무 흐릿해서 나조차 나를 알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올해 졸업식엔 학교에 따라서 운동장을 개방해서 학부모와 함께 사진을 찍게 하기도 했다지만 그렇지 못한 곳의 졸업생들은 부모와 같이 학교에서 찍은 사진도 없을 것이다. 엄마와 함께 찍은 졸업 사진이 없는 나. 의미는 다르지만, 코로나가 오십몇 년 전 내가 졸업하던 때의 시간으로 돌려놓았다.
 

유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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