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감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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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영감록
  • 기장향교
  • 승인 2020.10.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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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웅 전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기장향교 원임장의

영감(靈感)은 신의 계시를 받은 느낌을 말하는 것으로 꿈을 통해 실현될 수도 있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영감이 바탕이 된 <영감록(靈感錄)>은 꿈에서 본 것과 같이 부산 기장군 일광면 삼성리와 횡계리 일원의 들녘이 길지임을 알고는 저자 스스로 선사와 천문지리에 밝은 사람으로부터 명당임을 확인한 다음, 모친의 묘소를 들이게 되는데 이는 곧 정성과 공경심이 뒷받침됐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표출함으로써 당시가 가늠되는 걸작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자(字)가 독경(篤卿)이며 김해김씨의 충찬위파 7세손인 김지우(金之宇, 1740.4.29~1812.5.10)가 영조49년(1773) 계사년(癸巳年)3월 보름날, 꿈에서 영감을 얻은 후 39년이 지난 순조11년(1811) 신미년(辛未年)10월10일에 비로소 모친의 묘를 이장하고 이듬해에 별세한 것으로 봐 1811년 말 또는 1812년 초에 지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부친 김재륜(金載崙)과 모친 월성최씨 사이의 셋째 아드님으로 태어났던 출천(出天)의 효자였으며 안일호장(安逸戶長)으로 있다가 장사랑(壯仕郞)에 제수됐다한다. 기장의 향토가사인 <차성가(車城歌, 1860)>를 지은 김은후(金殷厚)의 증조부로서 묘소는 횡계리의 다기현(多奇峴)에 있으며 동쪽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안타깝게도 동해남부선 철도가 가로지르는 이변을 낳았다. 다기현 일대는 앞이 일광해수욕장이고 뒤는 일광산이 위치함으로써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형국이다.
그는 대낮에 꿈을 꾸고 조련장(연병장, 훈련장)으로 쓰던 다기현에다 모친의 묘를 이장하였다. 김해김씨 충찬위파의 <김씨가사첩>에 의하면 다기현을 일러 ‘기이함이 많은 고개’라 하였다. 다기현과 가까운 곳엔 논 고개(논곡, 농원곡)와 초전 갓이 있다. 기이함이 많다는 말은 도대체 뭣을 의미하는 걸까. 이에 대한 지명의 유래나 전설 같은 것이 없고 보면 풍수지리상으로 발복한다는 뜻으로 해석함이 옳을 것 같다.
다기현 인근엔 일광면 이천리의 천석꾼인 최부자가 밤낮없이 빌어 복을 받았다는 속칭 ‘최씨 복 바위’가 있으며 그 일대는 예로부터 궁중에 진상하던 인삼밭이었고 이천리 삼덕마을 주변엔 장전구곡가(長田九曲歌)를 지은 추파(秋波) 오기영(吳璣永)선생과 기장향교 8가13인의 한 사람이던 청도김씨 김천경(金天慶)의 묘소가 있다.
묘지를 정함에 있어 사람의 화복이 길흉에 달려있는 것으로 여겨 대개의 사람들은 풍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으나 그는 이보다 사람의 이치인 정성과 공경에 의해야 한다며 맘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기장의 향토문학이라 할 수 있는 <영감록>에 의하면 영감에 의해 얻어진 다기현이 묘터로서 대단히 적합한 곳임을 보여준다. 다기현 일대는 하늘도 아낀다는 명소이긴 하나 철로가 들어서면서 오지를 만들었고 최근에 이르러 ‘일광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작품의 배경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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