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기장일보
뒤로가기
데스크칼럼
[김차웅 칼럼] 거북이 모양의 명승지인 죽도
2017. 07. 11 by 정관타임스Live

“군내 유일한 유인섬이자 기장 8경 중 하나
동부산관광단지 제대로 갖추려면
 
죽도를 아우를 수 있어야”

수상법당인 해동용궁사가 있는 부산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와 왜성이 있는 기장읍 죽성리 사이의 해안은 청정하고 해송과 갯바위가 즐비하여 보면 볼수록 자연 경관에 흠뻑 빠져들고 만다. 횟촌인 기장읍 연화리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죽도(竹島)를 끼고 있어 사철 내내 많은 사람이 찾아든다. 이 마을은 한 때 선두포(船頭浦), 용암동(龍岩洞) 등으로 불렸던 국가지정항인 대변리와 함께 기장9포의 하나인 무지포(無只浦)로 알려져 왔다.

마을 앞 해상에는 배를 안내하듯 월드컵등대와 대변등대가 장승처럼 서 있으며 최근 신암마을과 죽도를 잇는 연죽교(蓮竹橋)라는 다리가 세워져 새 명물이 되고 있다. 군내 유일한 유인섬인 죽도는 기장읍의 안산(案山)인 연화산(蓮花山)의 앞바다에 있으며 기장이 자랑하는 명승지다.

“조선환여승람(기장현, 1937)” 도서(島嶼) 조에 의하면 ‘죽도는 기장군의 남쪽 10리 무지포(無知浦) 앞에 있으며 거북이처럼 떠있다. 섬의 길이가 2,000척(尺)이고 너비는 200척이며 섬 안에는 대[竹]가 있다.’고 하였다. 예로부터 대나무가 무성하다 하여 ‘대섬(죽도)’, 그 뒤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 섬이 물에 떠있다 하여 ‘무섬’, 생긴 모양이 마치 거북이가 물에 떠있는 것과 유사하여 ‘거북섬’이라는 말이 전해온다. 문헌을 찾아보면 죽도의 원명은 무지포도(無只浦島) 또는 무지포(無只浦)다. “신증동국여지승람(기장현, 1530)”에 무지포도, “청구도(기장현)”인 고지도에 무지포로 표기돼있어서다.

죽도는 ‘기장8경’의 하나다. 옛 사람들은 죽도에서 비바람에 살랑거리는 댓잎소리를 듣고는 동해가운데 신선이 살고 있다는 봉래산의 섬[仙島]이 곧 죽도였다는 환상에서 ‘죽도세우(竹島細雨)의 승경(勝景)’이라 표현하였다. (참조 : 구기장군향토지)

세밑 추운 어느 날, 기장현감 윤학동(尹學東, 1748.7~1749.10 재임)이 죽도를 보고 읊은 시가 겨울바다를 바짝 얼어붙게 한다. 초의선사는 동다송(東茶頌)에서 거듭되는 대밭바람을 두고 죽뢰(竹籟)라 하였으며 구 기장군의 산천경개를 노래한 “차성가(車城歌, 1860)”는 ‘죽도에 우는 대[竹]는 죽지사(竹枝詞) 노래던가’라고 하였다. 우거진 죽림이 해풍에 몹시 흔들릴 때면 거친 세파를 보는 듯 가슴마저 뭉클하다.

주시경선생의 제자이며 김두봉선생과 함께 한글학자이던 한별 권덕규(權悳奎)선생은 1931년경, 파도치는 죽도를 다녀가면서 ‘무지포’라는 시조(詩調)를 남겼다. 그는 서울에만 있는 줄 알았던 장안이 삼각산과 함께 이곳에도 있어 다시 구경하게 되었노라고 읊었다.

죽도는 조선 선조 때, 동래부사가 기생과 야유회를 즐기다 당취(黨聚 : 땡땡이중)들로부터 봉변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부사가 범어사의 누각을 헐어 자기 집 정원을 만든 탓에 벌어진 일이다. (참조 : 1997.7.7 한겨레신문) 이처럼 죽도는 옛 정취가 오롯이 담겨있어 유서가 깊다.

섬 안에는 토속신앙의 상징인 옥녀당(玉女堂)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정월 초하루 및 시월 초하루가 되면 마을에서 옥녀를 기리는 제의(祭儀)가 있었으나 지금은 정월 대보름에만 한다. 옥녀당 옆에 있던 암자(죽도암)는 지은 지 40년만인 1973년경 헐렸어도 당집은 지금까지 원형을 보존하고 있어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되고 있다. 당사에는 담장이 없고 주위는 사철나무와 대나무가 무성하다. 건물의 크기는 앞면과 옆면이 약 2m씩이며 면적은 1.4평이다. 슬라브 맞배 기와지붕에 벽은 블록을 쌓아 시멘트로 마감했으며 문은 나무로 만든 외짝 여닫이로 돼있다. 당집 내에는 시멘트로 된 직사각형의 제단(祭壇)이 설치돼있으며 옛날에는 위패가 모셔져 있었다하나 현재는 없다.

유원지로서 명성이 높았던 죽도는 한 폭의 그림 같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섬 앞에 서면 나루터 뱃사공의 흥얼거림이 귓속을 채우고 파도 속에 잠긴 지난날의 아련한 추억들이 들머리를 한다. 해중임에도 나무가 빼곡해 숲속 같이 안온하고 샘물이 솟구쳐 기이까지 하다.

죽도는 울산 울주군 온산읍 방도리에 있는 춘도(椿島)를 빼닮았다. 규모로는 춘도에 미치지 못하지만 동백나무, 천리향, 누룩나무, 대나무 등 10여 종의 상록수림이 우거져 천연기념물로도 손색이 없다. 현재 사유지지만 죽도는 천혜의 해상관광자원이며 옥녀당집은 문화재라 할 수 있다. 명소인 동부산관광단지가 제대로의 모습을 갖추려면 명승지인 죽도를 아우를 수 있어야한다.
 
   
글=김차웅 
    기장문화(기장문화원) 편집인(전)
    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전)
    일광면지편찬위원회상임위원(전)
    차성가연구회연구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