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기장일보
뒤로가기
김연옥의 거리탐방
산사의 정적을 절제된 요염함으로 가득 머금은 배롱나무. 그늘로 이어지는 계곡따라 울려퍼지는 풀벌레 소리 올여름을 마감하는 산사의 힐링여행
[김연옥의 거리탐방]한여름의 끝자락, 화려한 배롱나무 축제장이 된 표충사
2021. 08. 17 by 김연옥 기자
표충사 일주문을 지나 만나는 사천왕문, 양 옆의 배롱나무가 길손을 반긴다.
표충사 일주문을 지나 만나는 사천왕문, 양 옆의 배롱나무가 길손을 반긴다.

말복을 지나더니 더위는 한풀 꺾인 듯하다.
여름의 마지막 자락을 붙잡고 절정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배롱나무를 찾아 고개를 넘는다.
양산을 거쳐 에덴벨리IC, 배내골, 밀양댐으로 이어지는 드라이브 길은 험난한 고개길을 넘어야 하지만 나름 운치가 있는 코스이다.
마음을 조이며 평지에 이르면 밀양시 단장면에 도착.
이곳은 약 400년 전부터 대추를 재배해 온 대추 시배지로 해마다 대추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대추 이름표를 내건 상가들이 양쪽으로 즐비한 이곳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표충사’에 이른다.
표충사는 유생들을 교육하고 성현들을 제사하는 표충서원이 사찰영역 안에 있어 불교와 유교가 한자리에 공존하는 특색 있는 사찰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사명대사의 충훈을 추모하기 위하여 세운 표충사당이 있는 절로 사명, 서산, 기허 등 임진왜란 때 활약한 세 명의 대사를 모신 곳이기도 하다.
표충사는 천왕산에서 발원해 표충사 앞으로 내려오는 금강동천과 재약산에서 내려오는 옥류동천의 두 갈래 계곡이 있어 여름이면 더욱 각광받는 계곡 피서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코로나19의 단계 격상으로 모두를 움츠리게 해서인지 낮 시간에도 한가한 모습이다.

오랜만에 계곡에 발 담그고 도시락을 먹는 호사스런 여름휴가를 이곳에서 보낼 줄이야...
맑은 물속은 고기들이 유유자적 노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구름도 함께 어울린 한 폭의 산수화는 힐링을 선사한다.
하늘을 가린 고목 사이에서 노래 부르는 매미 소리는 여름을 보내는 안타까움의 절규에 가깝다.
이제는 마음을 가다듬고 오랜만에 찾은 사찰로 들어서려는데 계단 위 사천왕문 양쪽으로 선홍빛의 배롱나무가 뜨거운 햇살에 더욱 농익은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사찰의 단청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오랜 세월 지탱해 온 배롱나무.
개화시기가 길어 목백일홍이라고도 불리우는 배롱나무는 부처꽃과여서 인지 어느 사찰이건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이다.
더위에 훌훌 벗어던진 나목으로 방문객의 시선을 끄는 절제된 요염함은 사천왕문을 거치자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여행자들에게 그늘도 내어주고 때론 추억을 선사하는 배롱나무
절정에 다다른 배롱나무는 사찰의 단청과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삼층석탑을 중심으로 곳곳에 자리 잡은 배롱나무는 그들만의 잔치인 양 흥에 겨워 고요한 산사의 정적을 선홍빛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배롱나무를 눈에 차곡차곡 담고 절 옆의 등산로를 택한다.
계곡에서의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반갑게 느껴진다.

폭포사 입구의 오른쪽으로 가면 등산로입구라는 팻말을 발견할 수 있다.

폭포사의 오른쪽 등산로를 따라가면 흑룡폭포, 구룡폭포, 층층폭포를 만날 수 있다.
양쪽의 고목들이 터널을 만들어 여름의 햇살도 막아주고, 풀벌레 소리는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귀를 즐겁게 한다.

한여름에 그늘로만 걷는 산책길, 야생화와 자연의 소리를 만날 수 있다.
한여름에 그늘로만 걷는 산책길, 야생화와 자연의 소리를 만날 수 있다.

평탄한 숲길을 순조롭게 오르다 보니 예전의 숯가마터도 몇 군데 눈에 띄고, 드디어 흑룡폭포에 이르는 계단을 만났다.

산화방지, 환원작용이 뛰어난 숯으로, 우리 조상들은 식품과 약품으로 활용하였다.

가파른 계단을 숨을 몰아쉬며 한참 올라가며 세어보니 318개.

 흑룡폭포는 거대한 물줄기가 마치 흑룡이 하늘로 비상하는 듯하다고 이름 지어졌다.
짧은 거리의 스카이워크. 내려다보면 아찔하지만 주변을 돌아다 보면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어 힘들게 올라온 것도 잠시 잊을 수 있다.
짧은 거리의 스카이워크. 내려다보면 아찔하지만 주변을 돌아다 보면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어 힘들게 올라온 것도 잠시 잊을 수 있다.

'흑룡폭포 전망대’, 구름도 쉬어갈 듯 깊은 산속에서 잠시 쉬며 산의 정기를 느껴본다. 나무마루에 잠시 누워 하늘을 보니 구름이 두둥실 흘러간다.
마치 내가 구름을 타고 함께 여행을 즐기는 듯 상상을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즐기는 여유로움.
계단을 오르는 힘겨움에 가까운 구룡폭포과 층층폭포는 가을의 단풍구경으로 미뤄야겠다.
한여름에도 숲속의 그늘로 전혀 덥거나 지루하지 않는 왕복 2시간의 건강 피서법.
올여름을 마무리하며 계곡에 발도 담그고, 배롱나무의 꽃잔치도 보며, 숲길을 걷는 오늘의 알찬 여행지를 강추한다.

거리정보>>밀양시 단장면 표충로 1338 /입장료 성인 3,000원(경로무료), 주차비 2,000원

<주변 관광지>
ㆍ얼음골
 재약산 북쪽 중턱 해발600~750m의 노천 계곡에 자리잡고 있다. 3월 초부터 7월까지 얼음이 어는데 바위틈은 여름에는 섭씨 0.2도, 계곡을 흐르는 물은 평균 4~8도이다. 주변에는 돌밭을 중심으로 기암절벽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장엄한 광경을 펼친다.
정보>>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185-1번지
ㆍ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요금: 대인 13,000원, 청소년·경로 11,000원, 소인 10,000원
운행: 9월까지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정보>>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71번지
ㆍ시례호박소
백옥 같은 화강암이 수십만 년 동안 물에 씻겨 커다란 소(沼)를 이루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절구의 호박(절구통의 방언) 같이 생겼다하여 호박소 또는 구연이라고 한다.
정보>>밀양시 산내면 얼음골로 334-1
ㆍ재약산
표충사 뒤에 우뚝 솟은 재약산 (주봉: 수미봉 1,018m)은 영남알프스 산군 중 하나로 사자평 억새와 습지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산세가 부드러워 가족 및 친구들과 가볍게 산행 할 수 있는 명산이다.
정보>>밀양시 단장면 구천리
ㆍ천황산
산세가 수려해 삼남금강(三南金剛)이라 부르며 영남알프스 산군으로, 수미봉·사자봉·능동산·신불산·취서산의 능선은 드넓은 억새평원을 이뤄 가을철 억새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정보>>밀양시 단장면 구천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