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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읍산업폐기물매립장 건립을 반대하는 장안주민들 이야기 
“장안의 마지막 남은 허파 지키는 게 님비즘인가?”
2021. 07. 28 by 김항룡 기자
장안읍산업폐기물 매립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무더운 날씨에도 어깨띠를 두른 채로 항의하고 있다. 아랫쪽 사진은 대책위 사무실 모습. /김항룡 기자

<편집자주>=울산에서 기장으로 들어오는 접경 국도변에 위치한 ‘기장군 산업폐기물장 건립반대 장안읍 추진위원회’ 앞 사무실에 70~80대 어르신 몇 분이 산업폐기물장 건립을 반대하는 어깨띠를 두른 채 모여 있었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마지막 남은 장안의 허파 같은 곳을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이곳 주민의 뜻을 전하기 위해 왔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며 지금은 4개 마을 어르신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장안읍폐기물매립장 건립을 막아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대책위 관계자들은 어르신들의 건강을 우려했다. 7월 27일 <기장일보· 정관타임스>는 장안읍 산업폐기물 매립장 건립장소가 내다보이는 이곳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서면 사라질 장안의 허파.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은 장안에 마지막 남은 청정지역이다. /김항룡 기자 

-산업폐기물매립장 건립을 막아내기 위해 대책위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오늘 아침 심정은? 
박태현 기장군지역현안대책위원장: “장안읍민들이 똘똘 뭉쳐 한목소리로 결사반대하고 있다. 지역의 연세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현장에 나와 있는데 더운 날씨에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하면 걱정이 많이 된다. 빠른 시일 내에 좋은 결과 나와서 마무리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매립장을 반대하는 주민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삭발을 했다. 가족들의 반응은?
김정대 기장군 산업폐기물매립장 건립반대 장안읍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 “오는 10월 결혼하는 딸이 걱정을 좀 하더라. 별일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 딸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그래도 인생에 한 번 하는 결혼인데’ 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박태현 위원장: “삭발한 모습 보고 딸이 조금 놀라더라. 1차 반대집회 신문을 보고 주민들이 다 고생한다고 말씀하시더라.”

-현재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무엇인가?
김정대 위원장: “집행부를 와해시키려는 움직임이다. 일부에서는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는 사업자인 와이아이티와 협상 문제 논의해야 하지 않냐고 주장하는데 이는 와해시도다.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나무랬다.”   

김정대 상임위원장. /김항룡 기자

-대책위의 반대투쟁과 관련 님비즘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김정대 위원장 “쓰레기 매립장이 전국적으로 포화상태다. 필요성은 대책위도 알고 있다. 장소의 문제다. 장안읍산업폐기물매립장이 추진되는 지역은 ‘장안의 허파’와 같은 곳이다. 사람이 허파 없이 살 수 없듯 하나 남은 이곳은 주민의 휴식공간이 되어야 한다. 주민 피해가 없는 한적한 곳을 공적 개발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부울경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노력도 필요하다.”

-왜 장안에 하나 남은 청정지역인가?
-김정대 위원장: “원전이 생기고 그린벨트가 풀리자마자 여러 개의 산업단지가 조성됐다. 인근 명례산단 매립장을 만들 때 ‘비룡미니복합단지’라는 대안을 제시했고, 인구가 빠져나가는 것을 우려한 주민들은 부산시를 믿고 매립장을 수용했다. 그런데 막상 비룡미니복합단지 조성은 중단됐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사람이 살기에 부적합한 환경”이라는 의견을 냈고, 조성이 중단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엔 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매립장을 추진하려는 곳은 기장 장안에 하나 남아 있는 청정지역이다. 도롱뇽이 살고 반딧불이 사는 유일한 곳이다. 이것만큼은 지켜 미래세대에 물려주자. 곧 조성될 치유의 숲과 더불어 공원 만들자는 것이 주민들의 확고한 생각이고 의지다. 이것을 님비즘이라고 할 수 있나?”
 
-사업자가 사업계획을 제출했고 부산시는 오는 8월 25일까지 사업계획에 대한 보완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대 위원장: “부산시에서 여러 부분에 대해 보안지시 한 부분은 어쨌든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부산시를 믿고 있다.” 

-지방선거가 1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 기간엔 매립장 허가가 쉽지 않겠지만 그 이후엔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있다. 
김정대 위원장:“1년짜리 시장 어디까지 결정을 하겠나? 1년 있으면 선거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있을 수 있는데 그렇게 가면 안 된다. 매립장 조성이 철회되도록 원천봉쇄를 해야 한다. 이근희 부산시 녹색환경정책실장은 장안주민 50% 반대하면 사업을 철회토록 하겠다고 얘기했다. 위원장 뿐만 아니라 7월 8일 참여한 많은 주민들이 그 얘기를 들었다. ”

박태현 기장군지역현안대책위원장. /김항룡 기자

-상임위원장 등 지도부가 결사항쟁결의서라는 것을 썼다. 협상은 없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결의서는 어떤 의미가 있나? 
박태현 위원장: “매립장 조성이 추진되는 곳은 수천억 원과도 바꿀 수 없는 곳이다. 속된 말로 매립장 사업자와 협상을 해 지원금 등이 들어오면 지금의 우리는 잘 살지 모르지만 우리의 미래 후손들은 허파 없이 숨 쉬어야 한다. 그동안 장안주민들은 고향 잃고 떠나야 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쓰레기 매립장 반대 투쟁에 있어 다른 어려움은 없나?
김정대 위원장: “주민과 선후배들이 찬조 많이 하는 등 도와주고 있다. 정신적으로 힘은 보충돼 있다. 고장을 지키기 위해 후손들에게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싸울 것이다.”  

두 위원장은 산업폐기물 반대투쟁과 관련,
두 위원장은 산업폐기물 반대투쟁과 관련, "장안의 마지막 남은 허파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김항룡 기자 

-부산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대현 위원장: “쓰레기매립장 반대집회를 하는데 부산시민 한 분이 ‘어찌 됐든 폐기물매립장이 필요하고 지어야지 하는 것 아니냐?’고 묻더라. 그분에게 되묻고 싶다. 정녕 본인께서 살고 있는 곳에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건립된다면 같은 말씀을 하실 수 있는지? 그것도 장안 주민들이 마지막으로 숨쉴 수 있는 곳에 매립장을 건립한다면 어떻게 하실지? 원전밀집지역 등 큰 아픔을 딛고 국가에 헌신해 온 주민들에게 폐기물 매립장을 받아들이라는 것이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

한편, 부산시는 와이아이티가 제출한 장안읍 산업폐기물매립장 관련 사업계획서에 대해 8월 25일까지 ‘보완’을 요구했다. 사업자가 보완요건을 완비하면 부산시는 인허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된다. 
 

대책위를 찾은 한 주민이 김정대 상임위원장에게 후원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김항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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