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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인이 될 수 없다면 시처럼 살라고...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부터 농부시인, 동시작가 등 투명한 감성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좋은 시 모음집
[BOOK] 시로 납치하다-류시화
2021. 06. 19 by 김연옥 기자

<기장일보/김연옥 기자>=내 친구가 권하는 책, 서점에 들러 내 품에 안겨졌다.
책을 펼치자 눈에 들어오는 글귀

우리 자신을 가지고
꽃을 피울 수 있다면
불완전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꽃을
불완전한 것조차 감추지 않는 꽃을
  -드니스 레버토프 '꽃피우는 직업' 일부

밤새워 한 송이 꽃을 피우는 아마릴리스(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꽃), 그 꽃을 보며 시인은 말한다.
"만일 사람이 저토록 흔들림 없는 순수한 추진력에 이끌려 한눈팔지도 서두르지도 않고 온 존재로 꽃을 피울 수 있다면...",

<사막>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텅스 블루 작

파리의 지하철 공사, 시 콩쿠르에 1등으로 당선된 작품.
이 시가 마음에 들어 시를 소개하고 싶어 게재 허락을 받기 위해 시인을 찾아 나선 작가는, 파리의 친구에게 부탁해 어렵사리 아파트를 찾아가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거절했다. 왜냐면 "시가 완벽하지 않아서, 내가 느낀 외로움은 '너무도'로는 표현이 안 돼"
시인의 함축된 시어는 이렇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때론 난해하기까지 하다.
고독의 밑바닥까지 간 사람, 거기서 밧줄을 붙잡고 간신히 일어난 사람이 쓴 시가 바로 이 '사막'이라고 한다.

이렇듯 시와 함께 작가의 시에 대한 해석이 함께 있어 좀 더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며 시인의 마음마저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시인이자 명상가로 알려진 류시화씨는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시들을 소개했다.

이 시집은 ‘인생학교에서 시 읽기’라는 부제로 류시화 시인의 해설과 함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실렸던 시들이다. 5년 동안 ‘아침의 시’라는 제목으로 많은 독자들의 아침을 깨운 새로운 인생 처방의 시어(詩語)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루이스 글릭, 필립 라킨, 셰이머스 히니, 요시노 히로시, 니키 지오바니, 나오미 쉬하브 나이, 스탠리 쿠니츠 등 현대의 대표 시인들에서부터 하피즈, 잘랄루딘 루미, 헤르만 헤세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낯설고 때로는 반가운 시인들의 대표 시들이 존재와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다.

시인들은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으리라. 울어라 너 혼자 울게 될 것이다.’라고 진실을 말하고 ‘너 자신을 사랑하라. 그런 다음 그것을 잊어라. 그런 다음 세상을 사랑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의 상처와 두려움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이 글에서 류시화 시인은 "시인이 아니어도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나는 당신이 더 많은 시를 읽고, 머리가 뜨거워지고, 인생의 해변에서 시를 낭송하기 바란다. 어디선가 시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아무도 발견하지 않은 유리병 편지처럼.” 이라며 여운을 남긴다.

책정보>>류시화 저/더숲 출판사/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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