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전 잃었지만 달음산 지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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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잃었지만 달음산 지켰어요"
  • 김항룡 기자
  • 송고시각 2017.11.1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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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새벽 홀로 화마와 사투한 구월사 주지 도성스님 이야기

10월말 화재사고로 70여년 역사 대웅전 전소
산으로 번지는 불길 막으려 혼자서 안간힘
도성스님, "명산 지켜서 다행...부처님께 감사"

<정관타임스Live/김항룡 기자>=대웅전을 모두 태운 구월사 화재사고 당시 달음산쪽으로 확산되는 불길을 잡은 한 스님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불행 중 다행'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화마가 산불로 번지는 것을 막았던 스님은 "대웅전은 잃었지만 달음산은 지켰다"면서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일광 산수곡길에서 달음산으로 가는 등산로 옆에 위치한 구월사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지난달 24일 새벽 0시 10분께였다. 원인미상의 불은 거대한 화마로 번졌고, 뜨거운 열기의 화마는 70여년이 된 대웅전을 송두리째 집어삼켰다.

화마에 사라진 구월사 대웅전. 화재가 발생한 지 20여일이 지난 구월사의 모습. 대웅전 자리가 훤하게 비어 있고 인근 돌이 검게 그을린 것을 볼 수 있다. photo=김항룡 기자

당시 구월사에는 이곳 주지인 도성스님이 있었는데 이미 진화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대웅전을 집어삼킨 불길은 달음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스님에 따르면 계곡풍이 불어 불길이 완전히 산쪽으로 향하지는 않았지만 그 여파로 인근 수목이 타들어가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스님은 인근에 나무가지를 꺾었다. 그리고 불길을 향해 투덕투덕 내리치자 큰 불길은 잡히는 듯 했다. 혼자였다. 그러나 잔불길이 다시 피어올랐고 이렇게 되다가는 산불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대웅전을 포기한 스님은 달음산을 지키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손가락이 삐는 고통도 느끼지 못하면서 불을 껐다. 상수도를 연결해 주변 수목을 적셔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도록 했고 결국 불길은 차단돼 산불로 이어지지 않았다.

새벽시간 발생한 불이 산불로 이어지지 않도록 홀로 싸웠던 구월사 주지 도성스님. photo=김항룡 기자
구월사 입구. photo=김항룡 기자

"대웅전 내 화재를 진압하려고 했는데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불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산 위로 뛰어올라갔어요. 대웅전은 잃었지만 명산인 달음산을 지킨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스님의 달음산 지키기는 이날 하루만의 일이 아니었다. 이곳 동네사람들에 따르면 스님은 평소 면사무소에서 재활용봉투를 받아 등산로 주변을 청소해 왔다.

갈아 신은 등산화를 버리고 가는 사람 등 관리는 힘들었지만 스님은 꾸준히 쓰레기를 치우는 등 달음산 지킴이 역할을 해왔던 것.

"대웅전을 지키지 못해 스스로를 원망했습니다. 불사걱정에 사실 요즘 잠을 못 이뤄요. 경기도 어려운데 불사라니 많이 힘들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인상만 짓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걱정해서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표정이라도 밝게 해서 맞아야죠. 달음산으로 번지지 않은 것만도 정말 부처님의 가피라고 생각합니다."

구월사는 불탄 대웅전 자리에 새로운 불사를 건립할 계획이다. 설계에 착수했지만 불사를 지을 비용은 아직 엄두를 내지 못했다. 도움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다들 어려운데"라며 걱정하는 스님이다. 그래서 일까? 스님이 지금 할 수 있는 부처님께 기도하는 일 뿐이다. 구월사 응원하기 우체국 600510-02-328669 예금주 구월사, 문의 051-722-9103     
 

'구월사의 가을풍경' 화재로 시름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월사의 가을 풍경은 아름답기만 하다. photo=김항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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