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배우 오동식을 각인 시킨 연극 '백석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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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배우 오동식을 각인 시킨 연극 '백석우화'
  • 김항룡 기자
  • 송고시각 2017.11.03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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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타임스Live/김항룡 기자>='이제 두 번 남았다···.'

공연을 보고 난 후 리뷰를 쓸 때엔 보통은 작품에 대한 줄거리나 의미, 전개방식 하이라이트 등을 언급하는데 지금은 이 공연이 불과 두 번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먼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생긴다. 그야말로 '강추' 하고픈 공연이다.

하마터면 놓칠 번했다. 그 사람이 "한 번 보시죠"라고 얘기하지 않았다면 내 생애 시인 백석은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50여명이 겨우 앉을 만큼 작은 소극장에서 백석 이야기를 기다린다. 백석은 북에서는 쓰기를 남에서는 읽기를 거부당한 시인으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의 작품을 썼다.

시인을 소재로 한 연극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솔직히 회의감으로 작품을 대했다. 아니나 다를까 무대에서 펼쳐진 '1장 백석의 시 읽기'를 접하면서 약간은 힘든 고비가 있었다. 그만큼 시와 거리를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백석우화의 주인공 배우 오동식의 모습. photo=가마골소극장

그러나 초반 고비를 넘기고 배우들에 의해 시가 읽혀지는 아니 노래되고 보여지는 동안 백석시인의 작품세계와 어휘력에 곧 감탄한다. 그러나 아직 몰입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2장 나타샤는 누구인가와 3장 경계인으로 극이 흘러가고 가까이 무대 위 있는 배우 오동식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왜 이 작품이 세간에 화제가 됐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오동식의 열연에 빠져들수록 작품에 대한 몰입감도 높아진다.

그는 백석을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었는데 백석의 시를 귀에 속속 들리게 읊었다. 또 시를 노래로 풀어낼 때엔 깊은 감동을 주었는데 그 이유를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다. 그저 최대한 얘기한다면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혼신을 다하는 연기'가 관객들의 마음을 깊이 파고든 다고나 할까?

그러고 보면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깊은 내면의 뭔가를 보여주는 배우보다 더한 볼거리가 있을까? 진실한 연기는 진한 감동을 준다.

"문학이 연극의 힘을 빌려 생명을 얻은 밤이었다. 관록의 배우 오동식의 열연이 무덤 속 백석의 고뇌를 고스란히 끄집어냈다"는 매일경제 전지현 기자 말에도 공감이 갔다.

공연 관계자에 따르면 '백석우화'는 향토적이고 낙천적인 시선으로 쓴 시를 판소리와 정가, 발라드 등의 음악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가난하고 힘겹지만 낙천성을 잃지 않았던 시인 백석의 삶을 통해 오늘날 문명의 이기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시인의 삶이 보여주는 순수와 감동을 일깨워 주는 작품.

11장까지 이어지는 100분은 재미는 물론 깊이 있는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백석우화'는 관객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요소를 갖고 있다. 백석이 걸어온 굴곡진 인생과 시, 배역을 정말 잘 소화해 내는 배우, 그리고 소리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물한다.

<여우난곬족>,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등 백석의 시를 판소리로 풀어낸 이자람은 시를 연극으로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듯 했고 함께 출연한 김미숙, 김아라나, 이혜선, 서해주, 이동준, 박정우, 송성령, 임한결, 앙현석 배우의 연기도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다.

‘백석우화’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될 것 같다. 또 배우 오동식을 각인시키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음 먹은 데로 되지 않는 게 그리 어색하지 않은 시대…. 마음을 파고드는 연극 한편과 함께 주말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토요일까지 당신에겐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 공연문의 051-723-0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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