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폐로 된 고리1호기를 되돌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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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폐로 된 고리1호기를 되돌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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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고시각 2017.08.1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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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12월18일 K신문에 모 대학 교수가 “고리1호기는 안전하다”는 제하의 글을 썼다. 기고의 내용으로 보아 “원전 수명연장 정보공개”라는 어느 일간지의 글에 대한 반론인 듯 싶어 당시로서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물론 고리1호기가 향후 10년간 계속 사용해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얼마든지 제언할 수 있다.

하지만 ‘원자력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고리원전 지역주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실제로 그분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국내 최초 원전을 건설하도록 기꺼이 허락하셨던 분들’이라고 지역민들을 치켜세운 점은 당시 고리철거민들과 지역주민들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관련 교수가 이런 글을 쓰게 된 데는 고리원전입구에 세워져 있는 “고리추억비”를 보고 ‘화포(火浦, 고리의 옛 지명)가 불과 인연이 있어 원전이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 때문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여기서 불[火]과의 인연이었다 하여 그것을 친 원전으로 비화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 하겠다.

전문가라면 원전의 안전성 등 전문성에 대한 의견만 피력할 일이지 지역주민들이 당초 원전건설을 동의해 놓고 지금에 와서 반 원전 행위를 함으로써 마치 지역민들이 두 얼굴을 가진 것으로 비춘다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일로서 잘못됐다.

고리1호기를 건설할 때만 해도 원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고리는 동해남부 연안에서 황금어장으로 이름난 곳으로서 ‘지역민들의 원전 친화적’운운은 특히 고리철거민들에게는 자극적이기에 충분하다. 비록 악의가 없었다 해도 반정서적인 글은 삼가는 것이 지식인 내지는 전문가로서의 자세가 아닐까 여겨진다. 위 교수의 글로 인해 고리원전이 세운 고리추억비의 무용론이 대두되면서 한때 철거민들이 술렁이기까지 했다.

고리추억비는 단순한 자연석이 아니었다. 이 비는 1653년경 차성암(車城巖)이라 새겼던 바위로서 울주군과 기장현의 경계를 표시했던 경계석이었으며 1970년대만 해도 효암리마을에 있었다. 효암출신 한봉대(韓鳳大)씨가 지은 “그리운 고향 효암(2012.9.30)”이라는 책을 보면 이 바위의 내력을 알 수 있다. 이에 의하면 ‘1978년경 고리원전입구에 세워진 고리추억비가 당초 효암마을 끝의 밭두렁 덤불속에 있었는데 추억비를 세우면서 차성암이라는 글자를 지움으로써 고리원전이 귀중한 문화재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왜 하필 그 돌이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바위에 글자가 새겨졌다면 원전당국이 문화재 관계자에게 자문을 구해서야 했는데도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으며 따라서 당시의 관계자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하겠다.

고리1호기는 2017.6을 기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산업의 원동력이던 시설물은 문화재로서 보존돼야할 것이다. 되돌아보면 1호기의 삶은 짧았지만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내용연수는 30년이었고 설계수명은 미국의 동종과 같이 60년이었다. 설계수명대로 한다면 2017년까지 10년을 연장한 뒤에도 10년과 또 10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었다. 그렇지만 내용연수는 당초 정부가 정했음에도 정부 스스로 지키지 않음은 자가당착으로서 안전을 주장하는 지역민들과 환경단체 등의 저항에 부딪혀야만 했고 부실한 부품의 교체 등으로 인한 인재가 두려운 과제를 안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1호기는 설계수명까지 갈 수도 있었지만 변수가 생기면서 제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말았다.

원전은 안전하다는 광고가 있지만 폐로를 눈앞에 둔 원전이 있는 한 일률적인 광고는 의미가 없다. 재가동 중인 고리1호기의 경우, 지금까지 무사고여서 나머지 기간도 안전하다며 안일하게 보는 게 문제다. 원전은 첫째가 안전이므로 내용연수가 끝나면 마땅히 폐로 해야 한다. 시설비가 많이 든다하여 일반 시설과 같이 수리해 쓰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을 불러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보도도 있었지만 재가동기간이 끝나는 2017년을 기해 이를 다시 연장하려던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마치 갑(甲)질을 연상하게 한다. 정부가 1호기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럴 수는 없다. 원전이나 식품은 다 같이 안전성을 담보하고 있고 국민의 생명과 직결돼있음으로 식품의 안전을 위해 유통기간을 지키듯 원전도 사용기간을 준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문화는 일상생활에 깊숙이 뿌리내려졌다. 고리1호기가 시사했듯이 우리의 원전기술은 세계적이고 외국으로부터 수주를 받는 등 수출의 입장이어서 축적된 40년의 노하우로 신규의 원전정책을 펼칠 필요는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5~6호기는 정부가 승인한 것이고 보면 법적구속력이 있고 많은 건설비가 투입됐음으로 결코 중단은 있을 수 없다.

이 기회에 시인 정옥화(의성여고동창회장)님이 1호기를 아쉬워하며 쓴 ‘고리1호기’란 시 1편을 음미해본다.

- 큰 효자였습니다./ 더 함께 하고 싶은 함성 뒤로하고/ 떠나는 그대/ 무슨 말로 감사하다는 마음 전할까./ 슬픈 박수소리/ 가슴은 먹구름/ 소나기 되어 쓸어버립니다./ 사십년 전/ 가난에서 태어나/ 산업원동력 선진국으로/ 첫발 길 열어준 그대/ 삶에 뿌리 햇빛 가득 심어놓고/ 검은 보자기에 싸여/ 폐로길/ 떠나는 그대/ 큰 절 올립니다./ 다시 또/ 다른 세상 태어나/ 밝은 빛으로 천수를 기약 하소서./

글=김차웅
​    전 기장문화(기장문화원) 편집인
​    차성가연구회연구위원
​    010-3889-4989.


​<기고·칼럼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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