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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MZ보고서] MZ의 기록... '다꾸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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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MZ보고서] MZ의 기록... '다꾸 문화'
  • 송지현 기자
  • 송고시각 2024.07.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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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의 굴레에서 휩쓸려 가지 않기 위한 '나만의 기록'
남겨두고 들추어 보지 않으면 잊혀지기에...추억과 감정의 '시각화'
영화 엘리멘탈 관람 후 영화 이미지와 함께 꾸민 다이어리의 예시. 출처:인스타그램 계정 주리니
영화 '엘리멘탈'의 이미지와 함께 꾸민 다이어리. 출처:주리니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기장일보/송지현 기자>=학창시절을 누리는 10대부터 직장인으로서 바쁜 삶을 살아가는 30대까지, 대중적으로 자리 잡은 고유한 기록의 문화가 있다. 이른바 '다꾸'문화이다. 

'다꾸'란, '다이어리 꾸미기;의 줄임말로, 단순히 다이어리, 즉 일기를 쓰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테마와 도구를 동원해 '꾸미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 널리 퍼져있는 다꾸 문화는, 기록하지 않고 지나가 버리면 잊혀지기 쉬운 일상 속의 소소한 에피소드와 즐거움, 아픔 등 각종 인생 대소사를 간직하기 위해 다이어리에 스크랩북 형식으로 엮어내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소품샵에 진열된 다양한 스티커와 다꾸 용품들. 출처:전포 러브액츄얼리 인스타그램 계정
소품샵에 진열된 다양한 스티커와 다꾸 용품들. 출처:전포 러브액츄얼리 인스타그램 계정

 

'다꾸'에 이용될 수 있는 도구들은 다양하다. 그날 기분이나 일과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이미지나 스티커, 컬러테이프 등은 팬시점이나 소품샵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널리 퍼진 다꾸 문화와 폭발적인 다꾸 용품 수요에 발맞추어 전포동, 부산대 거리, 남포동 등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지역엔 다꾸 용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가게들이 적지 않게 자리 잡았다.

전시회 안내 책자를 이용하여 꾸민 다이어리의 모습. 출처:주리니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전시회 안내 책자를 이용하여 꾸민 다이어리. 출처:주리니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재료들 외에도, 주머니 속을 맴돌다 휴지통에 버려지기 쉬운 일상 속 물건들 또한 다꾸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고대하던 야구 경기의 입장권이나 해양박물관에서 챙긴 안내 책자 속 이미지, 놀이공원 티켓, ktx 탑승권, 생일카드, 포토부스에서 찍은 친구들과의 단체사진들이 좋은 다꾸 재료의 예시이다. 이를 의미와 크기, 목적에 맞게 오리고 엮은 후 다이어리에 붙이고 색색의 펜으로 이야기를 기록하면, 특별한 하루를 그대로 담은 페이지가 완성되는 것이다. 

검은 펜으로 빼곡하게 쓴 손글씨를 넘기다 보면, 하루하루에 대한 묘사와 감상으로만 이루어진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는 뿌듯함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방문 장소나 여가 활동, 소중한 추억이 얽힌 스티커와 이미지, 티켓 등으로 꾸며진 다이어리는 펼쳐보는 즉시 잔잔한 감상을 넘어서서 톡톡 튀는 시각적인 요소로 그날의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다꾸가 한철 지나가는 유행으로 사라지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다꾸의 오리기와 붙이기, 꾸미기, '귀엽고 예쁜' 스티커를 통해 기분을 표현하기 등의 행위에 다소 유아퇴행적인 면이 있다거나, 다꾸가 깊이 있는 표현을 가로막는 '인스턴트식 기록'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록이, 일기가 글의 형태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난다면, 젊은 세대의 다꾸 문화가 유치한 꾸미기 놀이에서 머물지 않고 일상 속의 자그마하고 귀중한 보석들을 모아 붙여 간직하고자 하는 마음이 투영된 하나의 예술 형태임을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애정 어린 시각을 따뜻한 시선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팬시점과 편집샵은 평일에도 다꾸를 위한 도구를 찾는 젊은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들을 따라 가게로 들어가 표지가 튼튼하고 도톰한 노트를 하나 골라보자. 또 총천연색의 스티커나 펜, 컬러테이프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몇개 집어보자. 노트를 펼쳐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스티커로 표현하고 싶은지 고민하다 보면, 오늘 하루를 요약한 한 페이지의 포스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페이지가 쌓이고 쌓여, 근사하게 완성된 다이어리를 연말에 파라락 넘겨보는 상상을 해보자. 상상만으로 가슴이 설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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