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백 칼럼] 여가부 폐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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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백 칼럼] 여가부 폐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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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고시각 2022.12.2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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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진백 메가시티 기장포럼 대표  
정진백 메가시티 기장포럼 대표

여성에게 더 가혹한 재난!

이태원 참사가 발생 한지 50여일이 지났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진실과 책임, 치유의 시간’이 빨리 오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번 참사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지점은 사회적으로 큰 재난(참사)이 발생하면 그 피해가 여성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8명 중 102명이 여성이다. 2017년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희생자 29명 중 24명, 2018년 밀양 세종병원 참사 희생자 50명 중 39명도 여성이었고, 지난 8월 폭우가 왔을 때 신림동 반지하에서 희생된 분들처럼 자연재해가 일어나도 그 피해가 여성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온다. 

여성에 대한 일상적인 폭력,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인가?

한편 지난 7월 인하대학교 교정에서 같은 학교 남학생이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3층 건물에서 떨어트려 숨지게 한 일이 있었다. 지난 9월에는 서울지하철 신당역 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에 다니던 한 여성이 자신을 스토킹해오던 동료 남성에 의해 일하던 직장 화장실에서 살해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처럼 계속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여성이 남성에게 물리적으로 저항하기 힘든 상황, 소위 ‘성별권력관계’를 무시한 채 우리 사회가 여성에 대한 폭력 및 성적 대상화를 용인하는 듯한 입장을 가진다면 여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여성에 대한 폭력, 부산은 어떤가?

폭력에 노출된 여성은 부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여성폭력 상담기관인 ‘여성긴급전화1366 부산센터’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총 1만 1405건(가정폭력 8283건, 성폭력 706건, 데이트폭력 454건, 스토킹 221건 등)의 폭력피해 상담이 있었고, 폭력을 피하여 ‘긴급피난처’에 입소한 여성과 동반 자녀가 144명에 이르는 등 부산에서도 여성폭력 피해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일상화된 여성에 대한 각종 폭력은 여성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이 분명하다. ‘젠더폭력’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고 범행에 무기력한 제도의 구멍은 더 세밀하게 메꾸어야 한다. 그리고 성별 격차를 좁히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가나 지자체가 수행하는 각종 정책이 남성과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으므로 정책 결과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사전에 조정하는 소위 ‘성별영향평가’에도 ‘젠더 감수성’이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또한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사회적 재난과 자연재해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일본의 지자체들처럼 ‘젠더적 관점’에서 재난 예방과 대응, 복구에 필요한 원칙과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 공약 실행의 결과!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여성운동의 결실로 탄생한 여성인권, 성평등 법과 정책이 현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 공약에 밀려 파편화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를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개편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국회 통과만 남겨놓고 있다. 그리고 지방 공공기관을 효율화한다는 명분으로 울산과 대구광역시가 여성가족 분야 정책연구기관을 타 기관에 통합하였고, 부산시도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하 여가원)을 인재평생교육원과 통합하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남성 중심의 사회는 이미 흘러간 옛 노래다. 중앙정부에서 여가부를 폐지하려 하자 보수성향이 강한 영남권 지자체들이 여가원 통폐합을 우선 추진하고 있는데, 혹여 지방의 여성정책이 무너지고 성평등 정책이 과거로 퇴행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  



※외부 기고 및 칼럼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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