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마당-수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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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마당-수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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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고시각 2021.06.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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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도홍 전 남부하수처리관리소장

우리 병술년 친구 서넛은 자주 만나는 편이다. 만나서 저녁 식사와 소주를 곁들여 이런저런 이야기로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가정사 얘기, 이웃 얘기, 건강 얘기, 우리가 앞으로 몇 년간 이렇게 만날 수 있을까? 등의 얘기를 하면서 말이다.
어떤 이는 한 10년까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글쎄 한 5~6년 정도 되면 몸이 안 좋아 술 때문에 한두 명씩 얼굴 보는 날짜가 슬그머니 늘지 않을까! 하는 친구도 있다.
자연의 순환은 어김없이 매화가 호들갑을 떨고, 온 산에는 진달래가 붉게 물들고, 샛노란 산수유가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곧 아카시아 꽃잎이 짙은 향기와 함께 나를 반기는 생기 넘치는 짙은 녹음이 올 것이다.
꽃들은 1년에 한 번씩 다시 피는데 사람의 청춘은 어찌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단 말인가? 내세가 있다면 한 번 더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좀 더 알차게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불교에서는 윤회가 있다고 하고 그리스도를 믿는 분들은 죽고 난 후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고 하더니만 나는 어찌 된 일인지 아름답고 바람직한 것을 믿을 수 없으니 얼마나 안타깝고 불안하고 상실감이 큰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니체가 그의 작품 속에서 "신은 죽었다"고 한 이래 세계의 여러 학자들이 인류역사상 전쟁·기아·질병·홀로코스트 등으로 수천만 명 이 상의 인류가 목숨을 잃도록 방치한 것은 만일 신이 있다면 가능했을까 하는 주장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또한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사상, 생각 등의 정체성 문제 뿌리깊은 부정·부패·불평등의 문제로 하루도 평안하고 조용한 날이 없음은 어인 일이란 말인가?
부족한 생각이겠지만 근본적으로 육신을 가진 인간은 이기심 때문에 이웃간은 물론 국가 이기주의로 국가 간에도 양보와 용서가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은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은 아닐까?
육신의 죽음 이후에 우리의 영혼이 살아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길이 없으며 그 어떤 방법으로도 무망한 일일 것이다.
저승이 어떤지는 아무도 모른다. 허나 그래도 이승이 낫지 않을까? 훌륭한 이웃, 좋은 친구들, 아름다운 산과 강, 꽃과 나비가 있는 자연의 이 현재가 그래도 낫겠지.
이 살만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얼마 안 있으면 떠나야 한다'는 절박함과 불안감을 우리는 아주 당연히 자연의 원리라고 확실하게 긍정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리.
살아있는 동안 아주 열심히 사는 것만이 우리 삶의 해결책이다. 남에게 해코지하지 말고 환한 미소, 좋은 말, 몸으로 봉사하고, 배려하며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과거의 잘못된 생각이나 판단 등은 운명인 양 후회하지 말고 또 불확실한 내일 미래는 아예 접어두고 현재의 오늘을 '시지프스'처럼  더욱 열정적으로 남은 생을 살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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