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 봉사활동단체장이 바라본 ‘남녀평등 현주소’ 
상태바
[인터뷰] 한 봉사활동단체장이 바라본 ‘남녀평등 현주소’ 
  • 김항룡 기자
  • 송고시각 2021.03.22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종희 정관신도시아파트부녀연합회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항룡 기자

<기장일보/김항룡 기자>="한 행사장에서 ‘남여평등 좋아하시네’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돈 벌 때만 남녀평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녀평등이 이뤄져야 하지만 아쉬운점이 있습니다. 인식개선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종희 정관신도시아파트부녀회장은 20년 넘게 봉사 활동을 해왔다. 환경정비활동을 비롯해, 소년소녀 가장돕기, 교복 사주기 운동에 동참했다. 장학금을 마련하고, 어르신들의 이동을 도왔으며, 8.15 축구대회 등 크고 작은 공동체 행사에서 회원들과 함께 의미 있는 땀을 흘렸왔다. 식사 배식, 김장 담기 등의 봉사활동도 빼놓을 수 없는 나눔 활동이다. 

세계 여성의 날을 전후해서 만난 신종희 회장은 남녀평등, 여성 권익 신장과 관련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다음은 신종희 회장과의 일문일답.

세계 여성의 날을 전후해서 만난 신종희 회장은 남녀평등, 여성 권익 신장과 관련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오랜 시간 회원들과 함께 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활동을 했습니다. 정관의 각 아파트 부녀회원들과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 활동을 했왔습니다. 회비를 내서 운영하고 무보수로 일하기 때문에 회원들이 고생이 많아요."

-힘든 일들이 많았죠?"
"기장의 모 아파트 가스폭발사고 때 이틀 동안 스물여덟 집의 냉장고를 모두 청소했습니다. 냉장고 안 받침대를 꺼내 물로 씻고 걸레로 닦았습니다. 전기가 끊기며 냉장고 안 음식들이 많이 부패했고 냄새 등이 심한 상태였습니다. 날씨는 더웠고요.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안해 10여층을 오르내리곤 했죠."

-회원들이 고생이 참 많았겠네요?
"평소에 별로 말이 없는데 한 회원이 다가와 '회장님! 맥주 사주이소'라고 하더군요. 집에서 이렇게 냉장고 청소를 했으면 남편에게 칭찬받았을 텐데, 때론 집안일보다 봉사 활동이 우선이다보니 그렇게 얘기한 것 같아요."

-보람 있는 순간도 많았다고요?
"소년소녀가장, 어린이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했습니다. 어느 날 돌려 받은 빈 도시락통에 캔커피와 쪽지가 있었어요.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울컥했어요. 아직도 그 커피를 마시지 않고 간직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사셨어요?
"남들이 안 하려고 하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봉사가 아닌가 싶어요. 사람 수가 많다고 봉사 활동이 반드시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신종희 정관신도시아파트부녀연합회장, 
나눔 및 봉사 활동하며 느낀 남녀평등 점수는 80점...
인식 개선과 함께 여성 스스로의 변화와 실천 중요하다고 생각

 

-오해도 있었다고요?
"복지관에서 배식 봉사를 했습니다. 600~700명의 배식을 담당했는데 회원들이 돈을 받고 일한다고 생각하셨나봐요. 일부 어르신께서 오해를 하시다가 나중에 무료봉사인 것을 알고 잘해주셨습니다. 감사장도 받았어요.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 하는 거예요. 지금도 봉사의뢰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오해는요?
"강하게 생겼다는 얘기를 들어요. 불의를 보면 지지 않는 성격이라 좀 직설적이죠. '며느리가 힘들겠다'라고 선입견을 얘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주변에서는 ‘좋은 시어머니’라고 말해요. 며느리도 '불만 없어요 어머니!' 그래요. 사회생활이 도움이 됐죠."

-기장에서 사회활동을 하시면서 남녀평등에 대한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 정도일까요?
"80점이요. 몇 년 전 한 체육행사에 참여 했었는데 같은 여성단체 그리고 봉사단체인데 배제되는 듯한 경험을 했어요. 행사에 참여한 한 남성은 '여성평등 좋아하시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제가 바로 그 뒤에 있었어요. 돈 벌 때만 남녀평등을 얘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워요. 아직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여성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돌아보고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여성들이 자부심을 갖고 많은 활동을 해주길 바랍니다."

-마지막 질문은 바람입니다.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고 밝은 미소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봉사자 손길이 필요한 곳에 달려가고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