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담수 공급 강행에 성난 기장민심, 시청서 눈물로 철회 요구
상태바
해수담수 공급 강행에 성난 기장민심, 시청서 눈물로 철회 요구
  • 김항룡 기자
  • 송고시각 2015.12.07 2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병수 부산시장에 강제통수 즉각 중단·주민투표 요구
'인간띠에 막힌 기장군수' 오규석 기장군수가 7일 기장군청 로비에서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주민들에 둘러쌓여 있다. photo=김항룡 기자

서 시장 면담은 실패·요구사항만 전달...김쌍우 시의원 중재 역할
법률 검토 입장 오규석 군수에 답답함 토로...군청 로비서 인간띠로 막아서기도
오규석 군수, "주민동의 없는 해수담수 공급 반대가 자신의 입장" 


<정관타임스Live/김항룡 기자>=12월 7일은 성난 기장의 민심이 하늘을 찌른 하루였다. 해수담수공급을 반대하는 일부 학부모들은 이날 오전 등교거부로 맞섰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대신 학교 앞에서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었다. 아이들은  "우리는 실험용이 아니라"며 "우리의 미래를 지켜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해수담수공급반대대책협의회가 준비한 버스 5대에 나눠 올라 부산시청으로 향했다. 서병수 부산시장과의 면담을 위해서였다.

7일 오전 부산시와 상수도사업본부의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 강행에 반대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한 체 교리초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photo=김항룡 기자

그러나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시장과의 면담이 아닌 '경찰의 방패'였다. 시청에 들어가려던 기장주민들은 이날 경찰의 저지에 막혔다.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들어가면 군중심리에 의해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어 진입을 막는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주민들은 시민이 의견 전달을 위해 시청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했다.

경찰 바리케이트에 막혀 부산시청에 들어가지 못하는 주민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photo=김항룡 기자

문성희 기장해수담수공급반대대책협의회 공동대표를 비롯한 주민들은 경찰의 저지에 막히자 시청 정문에서 '질서있게 요구사항'을 낭독했다. 급작스러운 상황으로 집회신고가 안돼 확성기를 쓸 수 없었지만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대한 주민찬반투표' 등 육성으로 요구사항을 전했다. 문성희 공동대표는 "비록 작은 소리지만 큰 울림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반대대책협의회와 반대입장 주민, 학생, 학부모 등이 모여 있는 곳 바로 뒤편에는 경찰의 또 다른 벽이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경찰 벽 뒤에는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을 찬성하는 '기장정수센터 수질검증연합회' 회원들의 동시적인 집회가 열렸다.

찬성입장인 기장정수센터 수질검증연합회원들과 주민들이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검증된 물을 빨리 먹게 해 달라며 집회를 하고 있다. photo=김항룡 기자
현수막 게첨 위치를 놓고 찬반 주민이 부산시청 광장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photo=김항룡 기자

찬성입장인 이들은 "검증된 물 좋은 물을 먹자고 여기에 왔다"면서 "하루빨리 해수담수화 물을 통수해 지난 날처럼 걱정근심 없게 살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바다가 오염됐다는 주장으로 어민들의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도 했다.

앞선 주민들과는 전혀 반대의 입장을 보인 것이다.

찬반 주민 간 우려했던 큰 충돌은 없었지만 수질검증연합회의 현수막 위치를 놓고 찬반 입장 주민들이 실갱이를 하기도 했다. "너는 미역 안 먹냐", "언제부터 기장 살았다고"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말도 나왔다.

부산시청에서 김쌍우 부산시의원이 요구사항 전달 등 중재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photo=김항룡 기자
오규석 군수와 이현만 군의원이 주민들의 출입을 허용하려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photo=김항룡 기자

다소 어수선한 상황은 시의원과 기장군수가 잇따라 나타나면서 '전환의 국면'을 맞았다.

김쌍우 부산시의원은 반대주민대책협의회의 입장을 정리해 부산시장에게 전달키로 했다. 이날 반대주민대책협의회는 강제통수 및 강제공급을 즉각 중단할 것과 주민투표를 실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김쌍우 시의원 등은 이 같은 요구를 서병수 시장 측에 전달해 9일까지 답변을 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정오께 시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예고한 1인 시위를 위해서였는데 많은 주민들이 2시간 가까이 시청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밖에서 아이들이 추위에 떤다"면서 경찰 바리케이트 철수를 강하게 요구했다.

부산시청 앞 집회 모습. photo=김항룡 기자

이날 주민들은 끝내 서병수 시장을 만나지 못했다. 대신 김쌍우 시의원 등의 중재로 요구사항 전달에는 성공했다.

반대측 주민들은 이후 기장군청에 모여 해산식을 할 계획이었다. 9일까지 서병수 시장의 답변을 기다리는 분위기였는데 이날 오후 다시 기장군청 로비는 크게 들썩였다.

반대 측 주민들이 주민투표 추진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오규석 기장군수에게 요구했는데 이를 두고 오 군수가 법률 검토라는 기존입장을 고수하자 군수를 막아서고 나선 것.

학부모와 아이들로 구성된 반대입장 주민들은 50여명은 '인간띠'를 두른체 오규석 군수를 막아섰고 30분 넘게 로비에서 대치했다. 이후 9층 대회의실로 자리를 옮긴 뒤 오후 5시까지 지리한 논쟁을 벌였다.

'아이들이 보고 있어요'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인간띠에 갖힌 오규석 군수를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photo=김항룡 기자

부산시와 상수도사업본부의 일방적인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으로 인한 성난민심은 이를 주도한 이들과 이를 지켜보고 방관한 이들을 향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생명이 달린 물 문제에 대한 알권리 및 선택권 보장과 최후의 수단이라 할 수 있는 주민투표를 간절히 희망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요구에 정치와 행정이 어떤 응답을 할 지가 기장지역 최대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시간은 째깍째깍 자기 길을 가고 있다.

해수담수공급 찬성 주민과 실갱이를 벌인 한 주민이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고 있다. photo=김항룡 기자
등교거부로 학교에 가지 못한 학생들이 기장군청에 자신의 소망을 적고 있다. photo=김항룡 기자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