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나 홀로 세상 밖으로] 1) 경남 함양군 상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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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나 홀로 세상 밖으로] 1) 경남 함양군 상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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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고시각 2020.09.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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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천성옥(방송작가·정관읍 거주)

원수 같은 코로나19가 끝날 듯 말 듯 이어지면서 속에 천불을 부르고 있는 요즘, 자고로 언택트 시대가 도래했다. 사람과 마주하지 않고 소비생활을 하는 언택트 시대. 거리두기와 셀프 가택 연금으로 지쳐있는 몸과 마음을 혼자만의 여행으로 떨쳐 보면 어떨까? 온전히 자연과 내게 집중하면서 진정한 나를 만나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언택트 시대, 나 홀로 세상 밖으로! 농익은 가을을 맞아서 붉은 빛이 감도는 경남 함양군 상림공원으로 떠난다.
 

온전히 자연과 내게 집중하면서 진정한 나를 만나는 귀한 시간...언택트 시대, 나 홀로 세상 밖으로! 농익은 가을을 맞아 붉은 빛이 감도는 경남 함양군 상림공원으로 떠난다...

상림공원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경남 함양 땅에 면적 21ha, 120여 종의 나무들이 옹기종기 뿌리를 내렸을 뿐 아니라, 무려 1,100여년의 세월을 자랑하는 거대한 숲이다. 유래는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간다. 숲을 조성한 거사는 고운 최치원 선생이 시작했다. 당시 함양읍에는 읍내를 관통하는 위천천이 범람해서 장마나 태풍이라도 오면 큰 수해를 입었다. 이를 보다 못한 고운 최치원 선생은 함양군 태수로 있으면서 물길을 돌려 둑을 쌓고 방수림을 조성했던 것이다. 넘치는 물길에 맞서서 당당히 새 물길을 내고 숲을 조성한 최치원 선생. 천 년 전에는 하천의 범람을 막고, 지금은 편안한 쉼터가 되고 있는 상림 공원을 생각하면 선생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넓은 혜안에 저절로 박수가 나온다.

자연이 조각한 분재...숲과 고목이 어우러진 상림공원은 가을 운치를 뽑낸다. /천성옥 작가
△자연이 조각한 분재...숲과 고목이 어우러진 상림공원은 가을 운치를 뽑낸다. /천성옥 작가

선조들의 지혜로 조성한 천년 숲, 상림공원의 가장 큰 매력은 가을에 더욱 뜨겁게 불타오른다. 초록 숲에 낮게 깔려 있는 붉은 유혹, 바로 꽃무릇이 도도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불현듯 떠나고 싶게 만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불타오르는 가을의 유혹...꽃무릇(수선화과) 모습. /천성옥 작가
△불타오르는 가을의 유혹...꽃무릇(수선화과) 모습. /천성옥 작가

꽃무릇은 수선화과 식물로 석산(石蒜) ‘돌마늘’이란 뜻의 예명도 있다. 뿌리가 마늘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9월이 되면 전북 고창군 선운사를 붉게 수놓는 바로 그 꽃이다. 상림공원을 둘러보다 하늘을 올려보면 모자가 거추장스러울 만큼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진 상림숲. 이 곳에서 꽃무릇은 빛도 받지 않고 어쩜 이토록 붉게 타오르는 지 참 신기할 따름이다.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꽃무릇은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듯이 꽃이 정열을 불태운 자리에, 잎이 자라난다. 그래서 꽃과 잎은 만날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꽃은 잎을 그리워하고 잎은 꽃을 그리워하는 신세, 알면 알수록 애잔함이 뚝뚝 묻어난다. 

상림공원에서 꽃무릇에 한눈 팔며 근심 걱정을 내려놓기에는 숲길 산책로가 제격이다. 이름도 참 정답다. 다볕길이라고 하는데, 맨발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양손에 신발 들고 오로지 혼자가 됐을 때 잠시 마스크 내리고 흙길을 걷다 보면 숨 쉬는 것만으로 살아있음이 행복해진다. 싱그러운 숲 향기가 가슴까지 스며들면 숲의 나그네도 또 하나의 자연이 되고 만다.

숲 가로지르는 하천의 모습...상림공원의 유래를 짐작케 한다. 천성옥 작가
△숲 가로지르는 하천의 모습...상림공원의 유래를 짐작케 한다. /천성옥 작가

줄기를 곧게 세우고 세상 그 무엇도 연연하지 않는 듯이 고상하게 자신만의 기운을 자아내고 있는 꽃무릇. 하지만, 꽃도 사람처럼 유한하다. 꽃무릇이 꽃무릇답게 붉은 빛을 발하는 시기는 고작 2주 정도다. 꽃은 개화시기를 놓치면 참 야멸차진다. 꽃이 질 때는 매정하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시들어 버린다. 함양 상림공원 꽃무릇은 워낙 넓은 지역에 펴 있어서 9월말까지 붉은 빛깔을 볼 수 있다. 

영원한 것은 없는 걸까? 우리의 삶도 꽃처럼 아름답게 절정의 순간을 거쳐 주름으로 나이테 그으며 점점 시들어 간다. 일만 하며 보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청춘. 꽃무릇 동무 삼고 자연의 숨결 가슴 깊이 들여 놓으면 어느새 진정한 나 자신을 만나게 되는 상림공원. 코로나19로 우리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기, 혼자 떠나는 여행은 나 자신이 그동안 바쁘게 살아온 나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이 된다.

★여행TIP : 상림공원을 둘러본 다음 특산물 한 꾸러미를 사 가는 걸 추천한다. 특히 함양 700m 고지대 산양삼으로 만든 맥주는 목 넘김이 시원할 뿐 아니라, 자연산 산양삼이 건강미를 뽐낸다. 옆구리에 끼고 가면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주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마냥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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