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임선의 책읽기] '상무주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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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선의 책읽기] '상무주 가는 길'
  • 김임선 기자
  • 송고시각 2019.03.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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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 암자의 풍광을 사진과 글로 담아
상무주 가는 길 표지 모습.

<정관타임스/김임선 기자>=“봄 속에 있어도 봄을 모르는 이에게는 실로 봄은 내내 오지 않는 계절일 뿐이다. 어떤가? 당신의 봄은 아직 살아있는가?”

책의 첫 장을 열자, 암흙 같은 까만 바탕에 흰 글자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며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컬러사진에 익숙한 나의 눈에 100여장의 흑백사진들은 좀 어려웠다. 사진에 대해 공부해 본 적이 없을 뿐더러, 많이 접해 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흑백사진들에서 무언가를 찾고자 했다. 사진속에 답이 숨겨져 있고, 답을 찾지 못하면 말귀 못알아 듣는 답답한 독자가 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책장을 한 장 두 장 넘기면서, 그냥 보이는 대로 보기 시작했다. 산 길을 따라 오르고 산책하듯이 걷고 있었다. 흑백사진을 보는 것은 뛰기보다 천천히 걷는 느낌이었다. 마치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뒷짐을 진채 뒷산을 산책하는 것처럼….

“니는 뭐 하는 사람이고?”

책의 절반쯤에서 팔공산 성전암 스님께서 묻는다.
이 짧은 물음에 명확하게 답할 수 없었다.

가장 간단한 물음에도 ‘퍼뜩’ 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시 김홍희 작가를 따라 암자길을 읽어나갔다. 작가의 종교는 불교가 아닌 기독교이다.작가는 책의 끝부분에 “우리의 삶을 건드릴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의 몫으로 남기고,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우리의 몫으로 추구할 뿐이다. 이것이 부처님 말씀이고 예수님 말씀이라고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한다" 라고 말하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쉬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산 속 바위에 터억 걸터앉아, 눈을 감고 자연의 일부분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상무주 가는 길'을 읽는 동안 산 속 바위에 앉은 느낌이었다. 더 이상 갈수 없는 가장 높고 귀한 상무주에 닿기 위해 산을 올랐지만, 그 길에 놓인 바위에 앉아 보니, 상무주가 다른곳에 있는 것이 아니더라는….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생각하고 보는 것이 많았던 책이었다.

책에 실린 마지막 사진은 물거품이다. 흑백사진이지만 햇살이 느껴진다. 생겼다 사라지고, 다시 생겨났다 사라지는 물거품들….

금강경의 마지막 부분이 스쳤다.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꿈이고 환상이며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으며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이슬 같고 또한 번개와 같으니.....

깊은 여운이 남는 책이다.


▶김홍희 작가는?
사진과 철학, 국문학과 문화학 전공. 1985년 도일하여 도쿄 비주얼 아트에서 사진은 물론 뼛속까지 전업 작가로 살아남는 법을 익혔다. 2008년 일본 니콘의 ‘세계 사진가 20인’에 선정됐다. 비교종교학과 역사와 지리에 흥미가 많으며 뇌와 마음의 활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진가로서 30회 가까운 개인전을 치렀고, 작가로서 「국제신문」의 ‘세상 읽기’ 칼럼을 올해로 만 7년째 연재하고 있다. 불꽃같은 삶을 추구해가는 과정이다. 사진이 글을 보조하는 종속 관계가 아닌, 사진과 글이 공존하는 가운데 시너지를 일으키는 특별한 책을 만들고 싶었다. 그 최근의 결과물이 바로 『상무주 가는 길』이다. <출처=불광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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