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의 벽화세상(4)] 자연을 담은 덕산마을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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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의 벽화세상(4)] 자연을 담은 덕산마을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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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고시각 2019.01.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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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현정 작가(세걸음디자인연구소 대표)

기장 동남권원자력병원 도로 건너 맞은편 길을 따라 들어서면 산이 둘러싸고 있는 덕산마을이 있다. 마을길 따라 올라가면 입구에 여러 그루의 당산나무가 보인다. 덕산 할매 당산이라 불리는 이곳은 정리가 깔끔히 되어 있어 사시사철 푸름을 전해준다. 당산에 바라보는 덕산마을은 예전부터 쌀강정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 이유는 넓은 들의 언덕진 곳이라 농산물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마을 입구에 쌀 공장이 있는 것을 보면 과거와 현재가 이어진 듯하다.

마을에 그려진 벽화를 보기 위해 입구로 걸어가 보니 공장 회색 벽에는 덕산마을 옛 풍경과 날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가끔 외지인이 들렀을 때 사진을 찍음으로써 추억을 담길 바라는 것 같다.

마을입구 들어서는 벽에 어김없이 장승이 그려져 있고 가화만사성 덕산마을 이란 글귀가 쓰여 있다. 단아하고 따듯해 보이는 마을 분위기와 어울리는 글이다. 장승이 그려진 벽에는 요즘 보기드문 제비가 그려져 있는데 추운 겨울 날씨를 뒤로하고 마을의 따스한 봄기운을 전해주고 있다.

또 단정하고 깨끗한 마을 골목에는 우리나라 들꽃 그림이 액자처럼 걸려있고, 당산나무를 닮은 큰 소나무그림엔 송골매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그려져 있다. 아마도 벽화에 그려진 여러 가지의 동물들을 지켜주는 듯 보인다. 다른 마을에서 보지 못한 동물 그림이 많이 보이는데 여러 마리의 학들과 연못에 그려진 청개구리와 잉어는 민화에서 착안한 것 같다.

마을회관 옆 긴 담벼락에는 장독대가 그려져 있는데 장독은 예부터 가정의 흥망성쇠를 좌우하기에, 제일 깨끗하고 귀히 여기는 장소에 놓인다고 한다. 마을회관 옆 볕이 잘 들어오는 벽에 그려진 것은 마을의 부유함을 기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을 어르신 몇 분은 “장독 옆 그려진 병아리를 어서 키워서 좋은 날 잔치상에 올리면 좋겠다”는 농도 건네신다.

당산나무를 넘어 위쪽 벽에 들어서면 풍물놀이를 하는 풍물패가 넓은 언덕에 역동적으로 그려져 있어 활기차고 풍요로움을 보여준다. 보통은 벽에는 바름 질 하듯 색을 칠하고 중요한 그림만 그려 나머지 공간은 색으로만 끝내는 경우가 많다. 아마 면적이 넓은 벽을 그려야 하는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식일 것이다. 그래서 중간중간 비워진 공간이 많아 색으로만 칠해진 골목에 벽화를 숨은 그림 찾듯 다녀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덕산마을에 그려진 벽화는 틈틈이 마을의 풍경과 어울려져 값어치 있는 한 폭의 풍경화를 보여주고 있어 무료 그림감상의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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