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가 아는 발달장애인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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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가 아는 발달장애인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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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고시각 2018.09.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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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진섭 사단법인 발달장애인과 세상걷기 대표
이진섭 대표

내 아들은 발달장애인 더 정확히는 자폐성장애인이다.

그렇지만 나는 발달장애인을 잘 모른다.

그들의 특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같은 유형이라고 해도 저마다의 특성을 지닌다. 자폐성장애라고 해도 그 특성이 다 같지 않고 지적 장애라고 해도 특성이 같지 않다.

이것이 장애로 인한 특성인지 아니면 성격상의 특성인지 자라온 환경에서 기인하는 헷갈릴 때도 많다.

그럼에도 사회에서는 획일적인 잣대로 발달장애인을 진단하고 그들의 특성을 너무도 간단히 몇 단어로 요약한다. 그리고 그 요약된 단어를 모든 사회적 서비스의 제공의 개인기준으로 삼는다.

대중들에게 각인된 발달장애인의 모습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반응하고 행동하며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장애인일 것이다. 지능이 낮은 사람으로만 생각하고 자기만의 세계에만 갇혀서 사는 사람들로 일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며 학습도 불가능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간혹 일탈행동을 한다면 밖에 나오지 말아야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공식통계에 의하면 지금까지 발달장애인으로 등록된 사람은 전국적으로 21만명이 넘었다. 그리고 학계의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아동을 포함하면 50만 명에 이른다. 한 자녀가 발달장애인이라 하면 그 가족은 발달장애인가족이 된다. 발달장애인가족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인구는 200만 명이상으로 추산된다. 이 사람들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발달장애인의 상태에 (주로 사회적 관계의 단절 등으로 인한 고통이라는 부정적인 형태의) 영향을 받고 있다. 200만 명 남한 전체인구 중 5% 이상이 발달장애인의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된다.

5%의 구성원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으면 해당문제는 사회가 함께 풀어야할 문제 즉, 사회문제라고 한다. 따라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문제는 사회문제가 된 것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한다. 그 사회적 합의의 청구는 민간이 아닌 정부가 되어야한다.

며칠 전 정부의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번 지원계획은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현실을 해결하기에는 미흡한 것이다.

이번 지원 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다시 말해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얼마나 반영하고 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를 지켜봐야한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발달장애인문제(모든 장애인의 문제가 개인과 그 가족의 문제로 인식되어 왔지만)는 발달장애인 개인과 그 가족 차원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 즉, 개인과 그 가족이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할 문제로 여겼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과연 이것이 개인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우리사회가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 수 있는 준비가 덜 되어서 발생하는 문제인지를 말이다. 본인의 입장에서는 우리사회가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 수 있는 준비가 덜 되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정의하고 싶다.

우리사회는 발달장애인에 대해서 바로 알지도 못하고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오해하고 이런 오해가 편견이 되고 편견이 장벽이 되어서 결국 발달장애인을 고립시키는 것이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돌발행동(요즘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이런 행동을 “도전적인 행동”이라고 칭하지만 이것은 관리자의 입장에서 문제의 행동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런 명칭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에 대해서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런 행위에 대해서 적대적인 감정이 담긴 말과 행동을 보인다. 그리고 혹자는 발달장애인이 사회로 나오는 것 자체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사회 도처에 엄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누구라도 외출하는 것을 꺼리고 인간관계를 축소하고 단절시킬 것이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은 고립된 상황에 놓일 것이다. 이것이 개인의 문제인가?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하기에는 그들이 당하는 고통은 너무도 무겁고 크며 사회전반에 걸쳐서 발생하고 있다. 경제적 빈곤과 인간관계의 단절, 인간관계의 단절로부터 오는 고립감과 무기력, 상실감의 심리적 문제와 그로 인한 또 다른 여러 가지 심리사회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것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이다. 발달장애인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개인적 원인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유고시에 발달장애인은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할 것인가에 대한 현재의 사회복지체계에서는 대책이 없다는 것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ADHD를 동반한 발달장애인은 항상 누군가의 보호(거의 밀착보호)가 필요하다. 특히 돌발행동을 제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항상 동행해야한다. 그리고 혼자서는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구할 수 없고 신변처리도 혼자서 할 수 없는 혼자 한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신변처리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부모유고시에 어떻게 될까?

발달장애인이 이 세상에서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처우를 받으며 살기에는 우리사회의 사회적 지원체계는 아직 미흡하다. 아니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껏 내놓는 지금까지의 대책이 시설에서 수용하여 최소한의 처우를 받게 하는 것이다. 이것마저도 경증(돌발행동 과잉행동이 없는) 장애인에 한해서 실시되는 대책이다.

이것 또한 탈시설화라는 정책적 방향전환으로 못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지역사회가 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조건(심리사회적이건 사회심리적이건)을 갖추고 이들과 함께 살아야할 것이다.

정부에서 이번에 발표한 대책은 실효성을 지니려면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을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할 것이다.

발달장애인인과 그 가족이 현재 겪고 있고 겪게 될 문제 중에 가장 급한 문제는 중등교육과정을 마치면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과잉행동(타인에 대한 폭력적 행위를 동반하는)을 동반하는 발달장애인이 갈 곳은 거의 없다.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그에 따른 가정 내의 각종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발달장애인이 집을 벗어나서 부모(보호자)와 시간을 정해서 특히 낮 시간에 떨어져 지낼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과잉행동을 동반한 성인기중증발달장애인전담주간보호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가족에 대한 심리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하기 위한 전초작업으로 본인은 지역에서 발달장애인 바로 알리기 운동을 하고 있다.

사단법인 발달장애인과 세상걷기를 통해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기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도 수영장가고 싶고 우리도 여가생활을 누리고 싶다.
 

<칼럼·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발달장애인과 세상걷기 후원계좌 농협 301-0210-62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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