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사랑하는 두 여자의 야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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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사랑하는 두 여자의 야구이야기
  • 홍윤 기자
  • 송고시각 2018.09.1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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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여자야구대회 참가차 기장 찾은 ‘국가대표’김혜리 선수와 ‘대모’김세인 부회장 인터뷰
김혜리 선수(좌, 울주 빈)와 김세인 한국여자야구연맹 운영부회장. 이 두 사람이 야구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정관타임스/홍윤 기자>=지난 9월 8일부터 9일까지 제2회 기장군수배 전국여자야구대회가 기장-현대차 드림볼파크(이하 ‘볼파크’)에서 개최됐다. 정관타임스는 이번 대회 참가 차 기장을 찾은 여자야구 국가대표 김혜리 선수와 여자야구의 ‘대모’, 김세인 한국여자야구연맹 운영부회장을 만나 여자야구선수로써의 삶과 최근 열린 여자야구월드컵 이야기 등을 청해 들었다.

현재 국가대표에서 투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혜리 선수는 소속팀, 국가대표를 오가는 것은 물론 협회 이사까지 맡아 ‘열일’ 중이었다.

김혜리 선수는 “4월 경주, 6월 익산, 7월 KBO 총재배, 10월 LG배 대회 등 전국대회가 예정돼 있다. 거기에 요즘 웬만한 팀은 리그 1~2개는 기본으로 참가하죠. 주말에 주로 경기가 있다보니 주말에 놀러가는 것은 꿈도 못꾼다”고 말했다.

이어 김세인 부회장도 “특히 김혜리 선수는 국가대표로 3월부터 8월 중순까지 국가대표 훈련을 겸했고, 연맹이사도 맡고 있어서 정말 바빠요. 그 와중에 이사회 참석율도 높아요”라고 보탰다.

여자야구대표팀은 지난 8월 22일부터 31일까지 열린 야구월드컵을 3월부터 준비해 기량을 쌓았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의 벽은 높았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이번 대회에서 여전히 높은 세계의 벽을 느낄 수 있었어요. 3월부터 소집돼 열심히 훈련해 기량은 꽤 많이 끌어올렸지만, 하드웨어 등에서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고 있죠”

김세인 부회장은 여기에 덧붙여, 유소년 여자야구선수의 육성을 강조하며 세계의 벽을 넘기위한 길도 함께 제시했다.

“일본이 여자야구월드컵 5연패 중입니다. 그들이 하드웨어가 좋지는 않아요. 우리나라 선수들보다 작은 선수들도 많고요. 그런데도 이 선수들이 그렇게 좋은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어릴 때부터 기본기를 닦을 수 있는 시스템의 영향이 크다고 봐요. 일본은 리틀 야구는 물론 프로구단에 사회인 야구로 진로도 있어요. 어린 여자선수를 위한 성장인프라가 잘되어 있는거죠.
캐나다, 미국도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과 함께 리틀 야구클럽에서 기본기를 익혀요. 베네주엘라는 여자야구팀만 150개고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도 문화적으로 야구가 생활화 되어 있어요. 우리나라 야구연맹의 숙제도 바로 리틀 야구문화 확립과 성장인프라 확보라고 봅니다.“

자연스럽게, ‘비인기종목’ 여자야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게 됐다. 김혜리 선수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선수부족, 경기장 부족, 훈련기회 부족을 꼽았다. 김세인 부회장은 훈련을 위한 인프라 부족에 대해 말하며, 김혜리 선수와의 ‘웃픈 에피소드’를 풀어놨다.

“김혜리 선수가 영남 그것도 부산을 기반으로 많이 활동을 하는 선순데, 부산이 정말 야구의 도시라면서도 여자야구에는 워낙 인색했습니다. 그래서 대구 등 지방에 장비를 짊어지고 경기를 하러 다녔는데 처음에는 차가 없었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 왔다갔다했죠. 무사가 자신의 칼을 차고 전국을 돌며 수행하는 것도 아니고...요즘 말로 정말 웃픈 상황인 거 같아요. 사실은 현재도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아요. 현재도 경기장이 모자라 겨우겨우 사정해서 리틀야구장에서 많이 훈련하거든요. 이런 경우 규격이 맞지 않아 경기력향상에 차질이 생기기도 합니다.”

야구장비가방. 김혜리 선수는 부산에 마땅한 경기장이 없어, 야구장비를 들고 대구를 왕래하며 원정경기로 기량을 닦았다고 한다.

이러한 비인기종목으로써의 설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10년이 넘는 기간, 야구를 해왔다고 한다. 그만큼 두 사람의 야구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느껴졌는데, 그래서 그런지 “야구에 입문한 계기”를 묻자, “한 10번은 대답한 거 같다”며 기자를 타박하면서도 첫사랑 얘기하듯 이야기를 풀어놨다.

김혜리 선수는 “아버지가 중학교 때, 선수셨어요. 주말마다 중계도 같이 보면서 설명도 들었고 그러면서 재미를 느꼈죠. 학창시절 공놀이도 워낙 좋아했어요.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05년도 여자야구 동호회에 대한 다큐를 보고 나서였어요.”라고 말했다.

김세인 부회장은 “어릴 때부터 야구를 워낙 좋아했는데, 우연히 지나가다 야구복 입은 사람들을 호프집에서 만났다”며, “당시 처음에 인원이 9명이 채 안됐고, 워낙 야구를 좋아해 룰은 다 알고 있었지만, 기량이 좋지않아 거의 공놀이에 가까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혜리 선수가 좋아하는 선수와 롤모델로 각각 꼽은 LA 다저스 류현진(좌), 두산베어스 유희관(우)

김혜리 선수는 좋아하는 야구선수로는 LA다저스의 류현진, 롤모델로는 두산베어스의 유희관 선수와 여자 선수로는 ‘서울 후라’팀의 김희진 선수를 꼽았다.

“좋아하는 선수는 류현진이에요. 포커페이스와 마운드 운영능력, 제구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이죠. 선수로써는. 빠른 공을 가지지 않아도 제구와 강약조절로 살아남은 두산의 유희관 선수를 눈여겨보고 있어요. 여자야구에서는 빠른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보다는 제구와 강약조절이 좋은 선수가 더 많이 필요해요.
여자선수 중에서는 서울 후라의 김희진 언니를 닮고 싶어요. 한국국가대표가 어려울 때마다 소방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선순데, 유희관 선수 같이 제구와 완급조절이 좋고 멘탈까지 강해요”

김세인 부회장은 유희관을 닮고 싶다는 김혜리 선수에 애정어린 조언도 덧붙혔다.

“남자선수들은 150km 넘게 찍는 강속구가 정답이 될 수 있지만, 여자 선수는 그렇지 않아요. 제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여자선수도 어떻게든 치게 되어 있죠. 김혜리 선수는 나름 빠른 공도 가지고 있으니, 유희관 선수의 스킬만 어느 정도 익힐 수 있다면 정말 여자야구에서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이번 대회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 선수 모습.

- 제 2회 기장군수배 여자야구대회는 어떤 대회?

2016년, 기장군에서 열린 여자야구월드컵의 성공개최를 기념해 개최되는 대회로 2017년에 이어 올해 2회째를 맞이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 9월 8일부터 9일까지 개최됐으며, 첫째 날은 전국에서 모인 9개팀이 3개조로 나뉘어 조별 풀리그로, 둘째 날은 9개팀이 4개의 올스타팀을 구성해 토너먼트로 경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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